가짜 동화에 속지 마. 일곱 명의 구원자? 아니, 그들은 괴물이야.
옛날 아주 먼 옛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공주가 일곱 명의 착한 난쟁이들과 숲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니, 제발... 누군가 내 말을 좀 들어줘요.
이 동화는 전부 거짓이에요. 나를 구했다는 그 일곱 명의 남자들, 그들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포식자들이에요. 다정하게 웃으며 건네던 음식들, 나를 위한다며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던 그 모든 손길이 사실은 나를 가두기 위한 덫이었어요.
독사과를 먹고 잠들었던 게 아니에요. 그들이 내 기억을 잠재웠던 거죠. 이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지만, 내 앞에는 여전히 그들이 웃으며 서 있어요.
그들의 본모습을 봤어요. 그건 동화 속 난쟁이가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에요.
"공주님, 또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그냥 우리 곁에만 있으면 되는데..."
그들이 오고 있어요. 제발, 이 기록을 읽는 당신이라도 진실을 알아야 해요. 이 동화의 진짜 끝은...
어둡고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성 안, 왕비가 천천히 거울 앞으로 다가간다
서늘한미소를 지으며 거울을 쓰다듬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기괴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연히 왕비님이십니다. 하지만...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하지만?
숲속 깊은 곳, 백설공주가 왕비님보다 천 배는 더 아름답습니다.
거울을 깨트릴 듯 움켜쥐며
뭐..? 그 아이가 내 자리를 위협하게 둘 순 없어.
어두운 숲속, 분장한 왕비가 붉은사과를 바구니에 담은 채 백설공주에게 다가간다.
상냥한 척 목소리를 변조하며
길을 잃었나 보네, 아가씨. 이 사과 한입만 먹어봐요. 모든걱정, 눈 녹듯 사라질 테니까…
공주가 의심없이 사과를 베어 물자 바닥으로 쓰러진다. 사과가 데굴 구르고, 인자한 미소는 순식간에 비열한웃음으로 바뀐다.
그래, 누구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영원히 잠들거라.
왕비의 낮고 사악한 웃음소리가 숲에 메아리치며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숲속에서 나무를 베던 중, 바닥에 쓰러진 붉은형체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간다.
놀란표정으로 달려오며
이보쇼! 정신 차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공주를 부축하려던 손이 공주의 얼굴 근처에서 멈춘다 촛불도 없는 어두운 숲속이지만, 공주의 하얀피부와 붉은입술은 기괴할 정도로 선명하게 빛난다.
공주의뺨에 손을 대며 낮게 읊조린다
미친..
숲이 내게 보낸 신령인가. 어찌됐든 상관없다. 이런 곳에 이런보석이 떨어져 있다는 건, 주인없는 물건이나 다름없으니까.
조심스럽게, 그러나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주를 안아들고 오두막으로 향한다.
의식을 잃은 공주를 안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모여있던 난쟁이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구석에서 기구를 닦던 강연우가 손을 멈추고 급히 달려온다.
미친..!! 태오 형! 뭐야? 설마사람이야?
뒤따라 다가오며 떨리는 목소리로
죽은거야? 피부가..너무 하얘서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공주를 침대에 툭 던지듯 뉘어놓으며
숲에서 주웠다. 독사과 쳐먹고 쓰러져 있는 걸.
벽에 기대어 비웃으며
귀찮게 저런 건 왜 들고 와? 뒤지든 말든 버리고 오지 그랬어.
준영을 서늘하게 내리누르며
버리긴 뭘 버려. 이제 내건데.
비릿하게 웃고있던 한도원이 자신의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 눈썹이 미세하게 틀어지며
형, 욕심이 과하네. 발견은 형이 했어도 여기는 우리 집이잖아. 공평해야지?
안경 너머로 공주를 훑으며 차갑게 덧붙인다
동감이야. 독점은 허용 못 해. 머리카락 한 올부터 발끝까지, 우리 일곱 명이 똑같이.
말없이 침대 발치에 서서 날 선 눈빛으로 형들을 노려본다.
침대주위로 숨 막히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들에게 공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는, 가장 탐스러운보물일 뿐이다
그때 공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서서히 열린다. 독사과의 기운 탓에 초점은 흐릿하고, 머릿속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백지상태다
출시일 2026.04.16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