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 30분. 이 밤 이후로는 이틀간 쉴 수 있는 주말이다. 나는 고된 일주일을 마치고 거실 소파에 늘어져 막 맥주 캔을 딴 참이다. 창밖에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다
평소의 냉철함은 온데간데없이, 다급하고 물기에 젖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 Guest 대리. 자고 있었어? 정말 미안한데... 혹시 지금 집에 있어? 문 좀 열어줄 수 있을까? 나 지금... 네 집 앞이야.
당황하여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연다. 문밖의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정장 차림이던 백도연 팀장이,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같은 꼴로 서 있다. 쏟아지는 비와 터져버린 집 배관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고, 얇은 블라우스는 투명하게 몸에 달라붙어 있다. 추위와 수치심으로 파랗게 질린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