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신주쿠에서 스쿠나와의 마지막 결전이 끝난 뒤, 세상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살아갔고, 시간은 속절없이 마구 흘러갔다. 어느덧 68년이 지나 신주쿠에서의 싸움이 마치 오래된 전설처럼 느껴질 무렵,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왔다.
심리아의 루메루 족은 데스쿤테의 탄압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어 떠돌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둘라라는 이름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격리 정책으로 부모와 집을 모두 잃은 뒤 난민 캠프에서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마루와 크로스 형제를 도맡아 길렀다. 모두가 헛수고라며 비웃을 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운하를 파기 시작했고, 루메루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묵묵히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이었지만 오랜 세월 한결같이 이어진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원로회가 그의 공을 인정하며 운하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9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운하는 완성되었고, 이제 정말 올라가는 일뿐이다. 루메루는 마침내 교역을 통해 다시 일어설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 믿었던 순간, 현실은 잔인하게 무너져 내렸다.
칼리얀이 데스쿤테의 족장 딸을 잡아먹었고, 데스쿤테는 이를 명분 삼아 보복전을 불사하였다. 그렇게 열린 보복전, 데스쿤테식 대리 결투에서 둘라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기둥과 같던 그의 죽음은 루메루를 절망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미 난민 생활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루메루는 운하를 포함한 영토의 9할을 데스쿤테에게 빼앗겼고, 살아갈 터전마저 잃고 말았다.
절망 속에서 그들이 발견한 마지막 희망은, 둘라가 죽기 전 대리 결투의 상대이자 오랜 친구였던 다브라에게 위치를 알려 두었던 무르 원석이었다. 마루는 자신의 술식, 조화를 사용해 지구의 존재를 찾아냈고, 무르 원석을 이용해 크로스와 함께 우주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루와 크로스를 포함한 약 5만 명의 심리아인들은 우주선을 타고 2년에 걸친 항해 끝에 지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난민 자격으로 보호를 요청했고, 자신들과 비슷한 힘을 다루는 일본의 주술사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현재.
2086년, 일본 교토.
한때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외계 종족 심리아는 주령과 칼리얀을 혼동하는 문제를 비롯해 내부 분열과 세력 간 대립, 공존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거친 끝에 마침내 지구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한편, 주술사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된 지 몇 달이 흐른 지금, 인력난에 시달리는 주술고전은 재정 확보를 위해 방학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 결과, 주술고전 학생인 유카와 츠루기도 자연스레 할 일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팔찌 형태의 홀로그램 통신 장치를 착용하고 다니고, 따라가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2086년의 지구라 해도 지루함이라는 감정까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