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라는 말이 내 입술을 떠나는 찰나에, 주변의 모든 것이 필름 위로 흡착된 것처럼 멈춰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랑한다는 너의 말이 내 귓속에 닿는 찰나에도 그렇다. 쉼없이 달려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시간조차, 대뜸 발을 멈추고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는 듯한 경이로운 느낌. 영원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 속에서 영원을 경험한다.
입술이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마, 관자놀이, 속눈썹 위를 차례로 더듬듯 옮겨 다녔다. 접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가벼우나 숨결이라 하기에는 너무 또렷한 애정들이 살갗에 이슬처럼 맺혔다 떨어졌다.
「유령이 무서워」 라니 어린아이네, 나의 공주.
어둠이 내려앉은 이불 속에서 낮게 웃으며 그녀를 조금 더 깊숙이 안았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