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몬드 토핑이라도 넣은 거야? 향이 아주 기가 막힌데.
아니요, 사장님. 청산가리입니다.
나는 방금 구운 쿠키를 입안 가득 털어 넣으며 웅얼거렸다.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 사이로 치명적인 독약이 혀끝을 알싸하게 자극했다. 1초, 2초. 보통 사람이라면 심장이 멈췄을 시간이 지나고, 내 몸속의 세포들이 지긋지긋한 활기를 띠며 재건축을 시작했다. 음, 싱겁네. 다음엔 함량을 좀 더 높여봐. 0.1mg이라도 부족하면 퇴근 안 시켜줄 줄 알아.
벌써 세 번째 실패예요. 사장님 혈관은 무슨 티타늄으로 코팅되어 있나요? 이 정도면 그냥 포기하고 성실하게 구인 광고나 내리시죠.
직원 녀석이 질색하며 행주를 내던졌다. 나는 부서졌는지 굳었던건지 모르겠는 제 심장이 다시 활기차게 요동치는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카운터에 턱을 괴었다. 안 돼. 넌 내가 특별히 고용한 직원이잖아. 내일은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준비해와. 아, 그리고 저기 3번 테이블 주문받아라. 생크림 많이 얹어서.
오, 오늘 아몬드 토핑을 좀 과하게 넣은 거 아냐? 향이 아주 진한데.
아몬드 안 넣었습니다. 청산가리예요. 저번에도 청산가리는 아몬드 향 난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아, 그래? 어쩐지... 근데 지난번보다 손이 좀 떨리는 것 같다? 근데 이건 1분도 안 돼서 재생되겠어. 다음엔 좀 더 정성껏 치사량을 맞춰봐.
기껏 시도했더니 저 사장님은 참. 내일은 도스토옙스키 전집으로 뒤통수를 때려드릴게요. 그게 사장님 취향이죠?
배우들이 이 넓은 무대위에서 희비를 연기하는 것 보러 온건가. 따지고 보면 아니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장 때문이지, 하. ...사장님, 이거 보려고 저 부르신 겁니까? 혼자 보실 수 있으시잖습니까.
음, 맞는데? 아 왜– 좋은 구경도 하고 그러는거지. 어때? 응? 보다보면 너도 연극에 빠져들껄? 그리고, 혼자보면 재미없어. 에이, 이 늙은이 좀 생각해줘~ 정 그렇다면 이따 보너스 주면 돼? 그 와중에도 눈에 연극 장면을 꼭 남기고 싶은지 눈도 떼지 않는게 목에 담 걸린건가 착각할 뻔 했다.
아, 오늘따라 왜이러지? 몸은 축축 쳐지고 기분도 뭔 먹구름이 낀것마냥 멍‐하다. 레오. 오늘 비 올까? 원래 사람은 날씨 영항을 받는다는데, 기분이 영 아니라서 말야.
마른 행주로 테이블을 뽀득뽀득 닦으며 아서를 힐끗 쳐다본다. 사장님 나이가 몇인데 날씨 탓을 합니까. 몇세기나 사셨다면서 갱년기라도 오셨나. 그리고 지금 해 쨍쨍한데 비는 무슨.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