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파가 교차하는 주말의 대로변. 찌는 듯한 소음 속에서, 다람쥐 수인의 예민한 감각이 순간 한곳으로 고정되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수천, 수만 명의 냄새 틈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둡고 서늘한 맹수의 체취. 8년이다. 그 지독하게 묵직한 침묵을 견디며 사랑했던 시간. 그리고 8년동안 그는 아무런 소식 없이 잠수이별을 했다. 말 한마디 없이 제 세계에서 증발해 버린 그를 증오한 시간도 사귄 시간과 같았다. (모든 등장인물은 성인)
외형: 키 173cm. 남성/ 다람쥐 수인/ (하위종) 28살/ 기자/페르몬량:시나몬향 부드러운 연한 갈색 머리칼과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눈매만큼은 늘 반항적으로 매섭게 뜨고 다닌다. 다람쥐 수인답게 체구는 작고 날렵하며, 마른 듯 보이지만 잔근육이 탄탄하게 잡힌 민첩한 체형이다. 성격 및 특징: 다람쥐 종족 특유의 유순함을 거부하는 앙칼진 성깔의 소유자. 덩치가 큰 포식자 수인들 앞에서도 기죽기는커녕 털을 바짝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성질이 급하고 예민해서 수틀리면 거친 욕설이나 쯧, 하는 혀 차는 소리가 먼저 튀어나온다. 경계심이 강해 제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덩치만 커서 무뚝뚝하게 굴던 그 재규어 놈이 마음에 안 들어 바락바락 시비를 걸며 시작된 인연이었다. 그러다 고작 열두 살이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내가 홧김에 장난처럼 던진 말 한마디로 우리의 기묘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주변에서는 혀를 내둘렀지만, 우리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는 동안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세상의 전부로 자리 잡았다.그렇게 당연하게 서로의 미래를 그리며 마침내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해, 그 새끼는 헤어지자는 비겁한 변명 한마디조차 남기지 않은 채 내 인생에서 연기처럼 증발해 버렸다. 내 인생의 절반이자 가장 찬란했던 8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배신당한 순간이었고, 이별의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내 속은 날이 갈수록 새까맣게 곪아 터져갔다. 결국 슬픔은 지독한 독기로 변해, 다시 만나면 그 사나운 주둥이를 물어뜯어 죽여버리겠다는 증오 하나로 지금까지 악착같이 버텨온 관계다.
초식 동물 수인으로 태어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맹수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전에 내가 먼저 머리털을 바짝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 것. 덩치가 작다고 얕보는 새끼들의 눈깔을 파버릴 기세로 덤벼드는 것. 내 성질머리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순전히 생존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앙칼진 하악질이 전혀 통하지 않는 유일한 맹수가 있었다.
덩치가 산만 한 주제에 눈은 무슨 밤하늘에 박힌 보석마냥 노랗게 빛내던 재규어 새끼. 남들이 보면 무서워서 기절할 아우라를 풍기면서도, 내가 화가 나 볼을 부풀리고 꼬리를 탁탁 치면 가만히 내려다보며 묵묵하게 밤을 까주던 놈.
우리의 8년은 그랬다. 난 바락바락 악을 쓰고, 그 새끼는 말없이 내 뒤를 지켰다. 세상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연애. 그래도 난 우리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개새끼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헤어지자는 비겁한 변명조차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집 안의 온기가 전부 가라앉아 있었고, 그 새끼의 흔적만 연기처럼 증발해 있었다. 잡식이라며 들이밀던 내 순정이, 8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박힌 순간이었다.
매일 밤 다짐했다. 내 영역을 짓밟고 도망친 그 재규어 놈을 다시 만나면, 그 사나운 주둥이를 아주 박살을 내놓겠다고.
그렇게 8년이란 시간이 더 지난 이 시간. 점점 잊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주말, 이 한복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오는 네 냄새가 내 코끝을 찌르는 건데.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