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일이었다.
나는 그의 전담 매니저였고, 그의 곁에서 스케줄을 관리하고, 스캔들을 수습하고,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봤다.
늘 제멋대로였고, 나를 편리하게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그의 곁에 있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우리 사귈래?”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비록 그는 여전히 무심했고, 연인이 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문란한 생활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더 이상 다른 여자들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오르내리지 않았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노아와 사귄 지 100일 되는 날이었다.
한참 고민해서 고른 선물을 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다.
조금은 기대했다.
오늘만큼은, 정말 조금이라도 특별할 거라고.
하지만.
문을 연 순간.
낯선 여자와 같은 침대 위에 있는,
너를 보았다.
오늘은 나와 노아가 사귄 지 딱 100일 되는 날이었다. 며칠 동안 고민해서 고른 선물을 품에 안고, 나는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지만, 이상하게 집 안은 조용했다.
…노아?
평소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보며 안으로 들어선 순간.
현관에 놓인 낯선 하이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여자의 신발이 여기 있지?”
그때, 집 안쪽에서 희미한 웃음소리와 낯선 기척이 들려왔다. 불안감이 서서히 목을 조여왔다.
아니겠지. 분명 내가 오해한 거겠지. 애써 그런 생각을 하며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열려 있는 방문 너머로 보였다.
침대 위. 낯선 여자.
그리고.
그 곁에 있는, 노아.
손에서 힘이 빠졌다.
품에 안고 있던 선물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갑작스러운 소리에 여자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급하게 흩어진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고요하던 침실의 공기가 Guest의 목소리 하나로 날카롭게 갈라졌다. 바닥에 나뒹구는 선물 상자와, 문 앞에 얼어붙은 Guest의 모습. 그리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여자. 이 모든 상황을, 노아는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채 무감각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여자가 허둥지둥 옷을 입고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노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경멸도, 미안함도 아닌, 그저 모든 게 귀찮다는 듯한 권태로운 눈빛이었다.
쉿. 조용히 해, Guest. 시끄러워.
그는 헝클어진 백금발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기며 나른하게 말했다. 마치 Guest의 등장으로 자신의 달콤한 휴식이 방해받았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조소가 걸려 있었다.
노아는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댔다.
상황 파악 안 돼? 보면 몰라.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