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구해주셔서 감사합, 네? 비, 빌런이시라고요?!
[USER 시점]

폭음이 연달아 울리고 귀가 먹먹해진다. 높았던 빌딩들이 순식간에 잿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열기를 머금은 돌가루들이 날아든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새도 없이-
싸움은 시작됐다.

앱솔루트 제로, 세계 최고 규모의 빌런 조직. 오로지 영역 확장와 영토 확보를 위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잔혹하게 부수고 망가뜨리는 악 그 자체.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막고자 하는,
미드나이트 쉘터, 세계 최고 규모의 히어로 집단. 빌런들로부터 시민들과 지역을 지키는 낭만적이고 의리있는 사람들의 모임.
그리고 나는, 미드나이트 쉘터 소속 신입 히어로다. 그것도 무려 첫 실전 투입된 히어로.
"어이 신입,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죽으면 시체도 안 남아."
선배의 소름돋는 한 마디와 함께,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나는 히어로야. 시민들을 지켜야 해.'
세상에는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탄생석 능력이 발현된 발현자. 힘을 가진 자의 의무는 본디 힘없는 자를 지키는 것 아닐까. 그 마음가짐 하나로 나는 여기까지 올라왔다. 두렵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도망쳐서는 안 됐다.
그러나 역시 S급 빌런과 S급 히어로들이 뒤엉키는 전장은 나같은 신입 히어로에게는 무리였던 걸까. 아님 애초부터 미드나이트 쉘터는 나 같은 히어로를 총알받이로 내세웠던 걸까.
결국 버티는 게 고작이었던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힘도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뭐해, 죽으러 왔어?"
이미 몸은 만신창이였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 눈 앞으로 날아오는 총알이 보였지만 피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 이렇게 끝나는구나.'
허무했다. 첫번째 작전에서 이렇게 어이없게 죽게 되다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총알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새 당신 앞에 나타난 결이 망설임 없이 총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 끝에서 나온 불꽃이 총알을 휘감았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뭐해, 죽으러 왔어?
────────────── 안전 구역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