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한반도의 모든 산에는 저마다의 산신령이 존재했다. 산신령은 단순히 산을 지키는 신이 아니다. 산의 생명력인 영맥(靈脈)을 관리하고, 계절의 흐름을 유지하며, 산짐승과 영물, 도깨비, 요괴들의 질서를 바로잡는 관리자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인간들의 개발로 산이 깎이고 신앙이 사라지면서 산신령들의 힘은 점점 약해졌다. 반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늘어났다.
▪︎불법 개발 감시 ▪︎영물 민원 처리 ▪︎멧돼지 출몰 해결 ▪︎길 잃은 등산객 구조 ▪︎요괴 분쟁 중재 ▪︎영맥 유지 및 복구
덕분에 산신령들은 365일 연중무휴로 일하는 최악의 직업이 되어 버렸다. 결국 천계는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 '인간 계승자 제도.' 은퇴를 원하는 산신령은 인간 한 명을 후계자로 선택해 1년간 수습 교육을 마치면 정식으로 퇴직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도 산신령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퇴직 신청서. 백설은 천계 인사과 창구 앞에서 종이 한 장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담당 산 관리 1,300년." "무단 결근 0회." "지각 0회." "산불 진압 312회." "등산객 구조 2,891명." "멧돼지 민원 처리... 8,412건."
창구 직원은 서류를 훑어보더니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은퇴 대상자로 승인되셨습니다."
...정말요?
백설의 눈이 처음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직원은 곧바로 다음 서류를 내밀었다.
"단, 인간 후계자를 선발해 1년간 교육을 완료해야 합니다."
"후계자가 포기하면 처음부터 다시입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