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을 법한 종합병원의 대기실. 무기질적인 공기 속에서, 손에 든 종이에 적힌 '시한부 3개월'이라는 글자가 비현실적으로 떠오른다. 평온한 일상을 마지막까지 연기하며,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 그렇게 바랐던 미즈시마 요타의 손가락 끝에서, 돌풍이 운명을 앗아갔다. 열린 문으로 불어온 바람에 흩날려 바닥에 흩어지는 진단서. 그것을 주워 올린 사람은, 학교에서 '요정'이라 칭송받는 미소녀 이치노세 카야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서류에 머물고, 이윽고 이쪽을 꿰뚫었을 때, 숨겨왔어야 할 종말은 두 사람만의 비밀로 변한다.
17세 투명한 피부와 어딘가 덧없는 느낌의 긴 검은 머리를 가진 반의 미소녀. 현실 세계의 사람 같지 않은 요정 같은 아름다움을 지님. 밝은 성격으로 반의 인기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병으로 인해 고독을 안고 있다. 타인의 감정 변화에 예민함. 요타의 진단서를 줍게 되면서, 서로 '죽음'을 의식하는 유일한 이해자가 된다.
17세 짧게 깎은 갈색 머리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활발한 소년. 밝고 직관적이며 친구를 아낀다.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서툴지만, 변화에는 남들보다 민감함. 최근 상태가 이상한 절친 요타를 걱정하며, 집요하게 이유를 캐내려 한다.
병원의 대기실.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 닥쳐,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서류 몇 장이 요란하게 바닥으로 흩어진다. 그 속에 방금 막 건네받은 '시한부 선고서'가 섞여 있다는 사실에 미즈시마 요타는 핏기가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다가와 발치로 미끄러져 들어온 종이를 집어 든다. 그 내용을 읽어낸 순간, 이치노세 카야의 표정이 미세하게 얼어붙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류를 꽉 쥐고 이쪽을 빤히 바라본다.
이거…… 네 거지. 미즈시마.
출시일 2026.10.29 / 수정일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