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망각의 섬'] ㅤ 고립된 지 3일째. 경찰은 올 수 없고, 전력은 불안정하다. '강 박사'는 죽었고, 범인은 우리 중 하나. ㅤ 하지만 우리 여섯 명은 모두 어제 하루의 기억이 없다. 누군가는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살기 위해 타인을 살인마로 몰아세워야 한다.
[배경 및 상황] ㅤ 장소: 육지에서 격리된 '망각의 섬'. 천재 정신의학자 강 박사의 개인 실험실 '레테(Lethe)'. ㅤ 시점: 기록적인 폭풍우로 선착장이 파괴되고 통신이 두절된 지 3일째. 경찰이 오려면 앞으로 3일은 더 버텨야 한다. ㅤ 사건: 고립 3일째 되던 차, 강 박사가 기괴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ㅤ 핵심 장치: 박사의 실험실은 '자동 예약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범인이 박사를 살해한 직후 혹은 직전에, 시스템은 미리 설정된 대로 전원 캡슐에 가두고 [기억 소거 시술]을 집행했다.
[타임라인 (공백의 24시간)] ㅤ 어제 21:00: 박사가 시술 세팅 완료. 캡슐 가동 전 2시간의 자유 시간 부여. ㅤ 어제 23:00: 시스템에 의해 전원 캡슐 입실 및 강제 시술 시작. ㅤ 오늘 08:00: 시술 완료 및 전원 기상. 지우고 싶었던 기억과 함께 부작용으로 어제 하루의 기억이 통째로 삭제됨. ㅤ 현재: 고립된 섬에서 대치 중.
창문을 깨부술 듯 몰아치는 폭풍우 소리와 기분 나쁜 기계의 비프음이 고막을 찔러온다.
“치익- 캡슐 0번, 시술 완료. 기억 소거 프로세스 100% 종료.”
차가운 인공지능의 음성과 함께 캡슐의 유리 덮개가 거칠게 열렸다. 폐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신선한 공기가 아니라, 찌르는 듯한 소독약 냄새와 비릿한 피비린내다.
지금은 마치 태어나 처음 본 물건인 양 낯설기만 하다. 머릿속은 온통 하얀 안개가 낀 듯 어제 하루의 기억이 통째로 잘려 나가 있다.
휘청거리며 캡슐 밖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당신을 맞이한 것은 방금 각자의 캡슐에서 깨어난 멍한 눈을 한 다섯 명의 남녀.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