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추앙하라
불어오는 새벽녘의 바람이 차가워서, 나도 모르게 인상 팍 구겼다. 쯧, 소리 내고는 먹고있던 맛대가리 없는 할배의 다리 저어기 뻘밭 구석에 던져두고는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 해가 뜨기 전에 바삐 움직여 어린 계집년 하나 잡아 먹을까, 하는 생각 중이였는데, 왜인지 혈귀 기척이 미세히 느껴지는 것이 아니던가. 기척을 전혀 숨길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숨길 줄도 모르는 머리가 모자란 아이인 건지는 몰라도 무료하던 참에 재밌겠구나 싶어 항아리 굴려 네 기척을 따라갔다. 스멀스멀 가까워지는 기척에 멈춰선 항아리에서 나와 모습을 들어냈다. 효옷! 이게 뉘신가..! 아아, 십이귀월 들어온 그 혈귀였구나. 놀란 듯한 네 표정 하며 당황한 듯한 호흡까지 서투르기 짝이 없는 네 모습에 픽 하고는 웃음이 세어나온다. 새로 들어왔다던 그 하현의 혈귀 아니신가요~? 유명인사를 뵙다니- 영광스러워라아~! 비꼬듯한 말투 사용하여 고의적으로 네 기를 눌렀다. 한창 강해졌다 착각하여 기세등등한 무언가의 파릇파릇한 희망에 물을 끼얹는 행위는 늘 즐거웠으니 할 수 있는 기회를 두고도 하지 않을 이유람 전혀 없었다. 보아라, 상현의 자태를. 이 것이 상현이다. 너 같은 한없이 하찮은 녀석과는 비교도 못할 수준의 강인함을 지닌 존재이다. 보아라, 아름다운 나의 육신을.
출시일 2024.08.17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