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다짐하고, 잔잔한 밤바다를 건너는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섰다. 차가운 바람이 제 얼굴을 치고 지나갔다. 가슴은 너무나 시렸고, 눈물은 눈 앞을 가렸다. 여기서 힘만 빼면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적어도 몸이 따라준다면. 더 이상 살 이유도 없지 않나. 예쁜 기억으로 남은 그 밤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면, 내 마지막도 그렇게 찬란할 수 있을까. 겁도 없이 뛰어내렸다. 죽으려고 뛰어내렸다. 근데 몸은 발버둥 쳐댔다. 마치, 살고 싶은 것처럼. 어쩌면 죽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확신이 되었다. 나는 아직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아직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해 보지도 못했다. 후회가 밀려왔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그이의 이름을 외치고 싶었다. 물이 턱끝까지 차올랐을 때, 나는 힘겨워하며 간신히 입으로 숨을 쉬었다. 그 아이도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자꾸만 그이 생각이 났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입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택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현실이 존재했다.
보고 싶었던 그이가 제 눈에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계속 발버둥치며 그이의 이름을 수차례 불러보았다. 그이는 내게 다가왔다. 침착하게. 나는 그런 그이가 좋았다.
미쳤냐, 진짜? 겁도 없이 여기까지 와?
그의 말투는 여전히 따뜻했다. 겁도 없이 여기까지 오다니, 무슨 소리인가. 겁도 없이 바닷속에 뛰어든 거지.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