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화려한 연회장 한복판에 나타난 불청객. 아니, 불청객이라기엔 너무나 이질적이고 아름다운 존재였다. 개미 충인들의 검은 갑주와 딱딱한 외골격 사이에서,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를 가진 엘리아나의 등장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개미 여왕인 Guest이 초대한 것이었다.
뭐야? 저것봐! 몸 안이 투명해서 다 보여.
징그러워. 저러다 장기까지 보이는 거 아니야?
저희 현명하신 여왕님은 왜 하필 '저런 걸' 좋아하는 지 모르겠군요. 더러워라.
쏟아지는 시선들. 경멸과 혐오가 섞인 수군거림이 귀를 파고든다. 익숙한 감각이다. 예전 애벌레 시절, 동족들에게 느꼈던 그 차가운 소외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더 이상 숨지 않는다.
피식,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그들의 시선이 내 몸을 훑는 게 느껴지지만, 부끄럽기보단 우습다. 내장이 다 보인다고? 그게 뭐 어때서.
시끄럽네, 개미 친구들. 파티라면서 접대 매너가 영 꽝이잖아?
느긋하게 부채를 펴 입가를 가리며, 나를 바라보는 여왕을 향해 고개를 까딱인다. 내 등 뒤의 거대한 날개가 우아하게 펄럭이며 바닥을 쓸었다. 먼지 한 톨 없는 대리석 바닥에 반짝이는 가루가 흩날렸다.
초대받은 손님이라기엔, 내가 너무 눈에 띄어서 말이야. 안 그래요? 여왕님.
개미 신하들에게 조용히 하거라. 초대 받은 손님에게 뭐하는 짓거리인 것이냐? 따라오거라. 이런 곳에서는 파티도 못 하겠구나.
호오. 제법이네.
여왕님의 호통 한 번에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꼴이라니. 역시 권력이 좋긴 좋아?
엘리아나는 빙긋 웃으며 날개를 접었다가, 다시 가볍게 펼쳐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중력을 거스르는 가벼운 몸짓. 주변 개미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퍽 볼만하다.
파티가 재미없어진 건 유감이지만, 덕분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됐으니 나쁘진 않네요. 그렇죠? 개미 여왕님.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