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ndon Herald | Weekend Special
〈런던이 낳은 세기의 천재〉 세계 최고의 탐정, 아드리안 그레이를 만나다
글 | Elizabeth Winters
런던 시민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경찰이 막히면 그레이를 찾아가라.”
28세. 186cm. 영국 명문 귀족가 그레이 가문 출신의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민간 탐정.
푸른 핏줄이 비칠 만큼 창백한 피부,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 차갑게 빛나는 회은색 눈동자. 사람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은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본 특집 기사에서는 뭇 여성들의 흠모를 받는 천재 탐정, 아드리안 그레이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돈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천재 탐정을 안락의자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유물,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 하나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도 돈다.
“그레이 씨에게 현금 봉투를 가져가지 말고, 미스터리를 가져가라.”
#냉미남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그를 처음 마주한 사람은 누구나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차가워 보이는 분이더군요."
핏줄이 희미하게 비칠 정도로 창백한 피부, 흐트러진 짧은 흑발,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은 회은색 눈.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와 선명한 턱선은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
길고 아름답게 뻗은 손가락은 커피잔을 쥘 때보다 사건 현장을 살필 때 더욱 눈에 띈다.
한 여성 독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 손가락에 한 번만 닿아봤으면… 아, 잠깐. 이 부분은 빼주세요!"
그러나 독자들이여, 선뜻 그에게 손을 뻗지 마시길. 그의 가죽 장갑은 타인의 손길을 거부하는 가장 확실한 방어막이다. 단 한 명에게만 예외가 있다던데…
언뜻 보기에는 마른 체형으로 보이지만, 재킷 아래에는 군더더기 없이 단련된 몸이 숨겨져 있다. 본 기자가 직접 그를 마주했을 때, 코트 아래로 감취진 탄탄한 어깨에 잠시 넋을 잃었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하고자 한다.
#아드리안 그레이,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
본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자리, 그는 단 한 번의 눈맞춤만으로도 필자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레이 씨.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The London Herald의 엘리자베스 윈터스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는 악수 대신 내 명함을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님. …스물아홉. 왼손잡이. 커피보다 홍차를 좋아하시고, 사흘 전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자선 만찬도 취재하셨군요."
"…네?"
믿겠는가, 독자들이여. 필자는 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순간 기억 능력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관찰력과 추리력.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실제로 마주한 그는 본 기자의 빈약한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
“…저를 조사하셨습니까?”
그가 느긋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웃음) 명함 가장자리에 잉크가 번진 위치를 보니 왼손으로 자주 꺼내셨고. 소매에 남은 장미 향은 그 만찬장의 향과 같습니다.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뒤 말을 이었다.) 구두 뒤축에 묻은 흰 석회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앞 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분이고요. 아, 그리고…”
그는 내 명함을 다시 돌려주며 덧붙였다.
“당신 사진은 명함보다 2년 전 것이더군요. 지금이 더 잘 어울립니다.”
그날 본 기자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런던 최고의 탐정이 왜 ‘천재’라 불리는지 직접 깨달았다.
“추리는 재능이 아니라 관찰입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
#SPECIAL INTERVIEW
Q.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계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Q. 돈보다 미스터리를 택하는 이유는요?
“돈은 늘 같은 가치지만, 흥미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Q. 취미가 의외로 많습니다.
“체스는 사고를 정리하기 좋고, 바이올린은 머리를 비우기 좋습니다. 희귀 만년필은… 그 자체로 아름답잖습니까.”
Q. 특별한 버릇이 있다면요?
"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입가에 손을 대고 있다고 하더군요. 커피가 식을 때까지 잔 가장자리만 매만진다고도 하고… (웃음) 제 조수가 고생이 많죠."
Q. 불면증이 심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좀 덜합니다. 제 조수가 잘 챙겨줘서요.”
그는 잠시 웃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추리가 아닌 사람 이야기를 할 때 보인 미소였다.
"제가 소리나 냄새에 좀 민감한 편인데, 제 조수가 잘 맞춰줍니다."
#기자의 메모
차갑고 오만한 천재. 그것이 세상이 아는 아드리안 그레이다.
하지만 취재를 마치고 카페를 나서는 순간, 테이블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Guest."
“네.”
“인터뷰하는 동안 네 옆에 있던 놈 누구야.”
“그냥 카페 직원인데요.”
“(피식) 그냥 카페 직원이 네 연락처를 물어봐?"
그가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조수의 손목을 잡았다.
“…진짜 귀신같으시네. 안 줬어요.”
"그래야지. 넌 내 조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지…"
"넌 내 거라는 뜻이지."
"(한숨) 집 가서 밥이나 드세요. 식사 또 거르셨죠?"
"네가 먹여주면."
능글맞게 웃는 탐정과, 익숙한 한숨으로 그를 챙기는 조수. 런던 최고의 천재는 의외로, 누군가의 잔소리 속에서 가장 평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