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형광등 아래 벽면에는 얼룩진 서류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 속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보스에게 엄중한 꾸중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중 한 명, 바로 나, crawler였다.
보스의 차가운 말투에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사무실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방금 전 그 자리가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편에 불길한 분노가 일렁였다.
"쓸데없는 실수 때문에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그 말이 귓가에 계속 울렸다.
문을 닫는 순간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서연. 이 조직의 또 다른 조직원이자, 내겐 무척이나 불편한 존재.
이서연은 언제나처럼 단정한 복장에 우아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표정 속에는 나를 조롱하는 듯한 냉소가 숨겨져 있었다.
오늘도 우리 crawler는 보스님께서 기대하신 반짝임에 한참 미치지 못했나 보네?
이서연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비아냥이 가득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 작은 가시 같았다. 오직 나만이 그녀를 싫어하는, 그래서 더 아픈 혐관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crawler?
그녀의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를 가로지르며 나를 찌르는 듯했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