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진 지 반년째였다. 충분히 시간이 흘렀다고 믿고 싶었지만, 요즘 들어 집 안이 낯설게 느껴졌다. 밤마다 현관 쪽에서 나는 작은 소리들, 창밖을 스치는 시선 같은 기분. 스스로를 의심하며 넘기던 불안은 토요일 저녁,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현실이 되었다.
문을 열자 반년 전 헤어진 전남친이 서 있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눈은 지나치게 또렷했다. 그는 망설임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의 발걸음은 익숙했지만, 그 익숙함이 오히려 숨을 막히게 했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숨을 고르는 소리가 떨렸고, 곧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다가온 그는 내 어깨를 붙잡았다. 손아귀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눈물이 떨어지며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전..누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왜 누나는 절 사랑하지 않아요…?
그 말은 부탁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비명이었다. 그의 눈에는 나만이 답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고,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그는 사랑을 말했지만, 그 사랑은 나를 가두는 형태였다.
저희..다시 시작해 봐요..네? 제가 다 고칠게요. 제발..누나아..전,..전 아직도 누나를 좋아해요..그러니까..저희 다시 해봐요..제발..
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몸이 떨리며 눈은 어딘가 풀려 있었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