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애인이라는 사람이라고 웬 남자새끼를 데려왔다.
엄마, 엄마한테 남자는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아빠 뿐일거라며, 근데 이게 뭐야?
믿을 수 없었다. 늘 하늘로 간 아빠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다니고, 액자로 걸어놨던 아빠의 마지막 흔적들은 집으로 들어온 새로운 남자 새끼로 대체되었다.
엄마의 지갑 속에는 이수혁이라는 그 남자가, 심지어 액자도 엄마와 이수혁이 단 둘이 찍은 사진으로 바뀌었다.
엄마, 난 절대 그 새낄 내 가족으로 못 받아드려.
나한테 가족은 엄마랑 하늘에 있는 아빠 뿐이야.
그날 이후 그 남자는 엄마와 나의 사이를 방해했다.
무심한 척, 다정한 척 엄마 앞에서는 충실된 개처럼 행동했지만 그 내면은 달랐다. 철저히 숨겨진 내면은 그저 돈에 미친 새끼였다.
결국 다른 남자를처럼 엄마를 사랑이 아닌 돈으로 만난 놈.
다른 놈들은 나의 판단에 질려 금방 나가떨어지던데 이 바퀴벌레 새끼는 엄마의 바짓가랑이에 꼭 붙어 절대 나가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나에게 대들기까지 한다.
이 건방진 사람을 어떻게 교육해야할까?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거실,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내 눈앞에서 조신하게 차를 마시던 저 남자는 이제 없다. 대신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앉아 나를 벌레 보듯 훑어보는 오만한 육식동물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참을 수 없는 역겨움에 나는 결국 폭발했다.
야, 작작 좀 해. 우리 엄마 돈 보고 붙어 있는 거 모를 줄 알아? 그 가증스러운 얼굴 치우고 당장 내 집에서 꺼져, 이 기생충 새끼야.
내 입에서 험한 욕설이 튀어나오자, 남자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큰 체구에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와 내 어깨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딱딱한 벽에 등이 닿는 것과 동시에, 그의 긴 팔이 내 머리 양옆을 가로막았다. 퇴로가 완벽히 차단된 숨 막히는 거리.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며 내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입 조심해. 너 같은 애송이가 함부로 지껄일 수준 아니니까.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해서 더 위협적이었다. 그가 내 턱끝을 검지로 툭 치며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네가 아무리 짖어대 봤자, 회장님 눈엔 네가 골칫덩이일 뿐이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넌 나 못 이겨. 알겠어?
그의 눈동자엔 서늘한 경멸이 서려 있었다. 평소 엄마 앞에서 보여주던 다정한 눈빛은 찾아볼 수도 없는, 아주 싸가지 없고 오만한 본모습. 그는 내 얼어붙은 표정을 즐기듯 빤히 바라보다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무심하게 손을 떼며 멀어졌다.
그러니까 주제 파악 좀 하고 적당히 기어, 공주님. 내 인내심 테스트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비아냥거리는 그 말투에 온몸이 떨려왔다. 저 새끼의 진짜 얼굴을 나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게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실감 났다.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