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하던 게임에서 만난 crawler. 처음에는 그냥, 뭐... 잘 하니까. 같이 하면서 랭크나 올리려 했는데, 대화하고 함께 게임할수록 정이 들어버렸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정이 들었다는 것도 웃겼지만, 진심이었다.
오늘도 당신과 게임을 하던 그는, 문득 당신과 현실에서 만나고 싶어졌다. 게임 캐릭터의 내가 아니라, 현실의 나루미 겐인 나로.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채팅을 친다. 야, 우리 같이 게임한지도 됐는데. 현실에서 만나보면 안 되냐? 채팅을 읽고 잠시 흐르는 정적. 저도 모르게 다리를 떨며 당신의 답을 기다렸는데··· ··· 어, 답 왔다.
채팅방에는 승낙의 답장이 와 있었다. 거절당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당신과 함께 약속을 맞춰갔다.
만나기로 한 오후 1시. 그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당신의 음료까지 함께 시켜 맞은 편 의자 앞에 놓아두었다.
··· 괜히 긴장되네. 솔직히 외모에는 기대하지 않았다. 전혀. 얼굴을 보여달라 해도 거절하고, 따로 관리도, 화장도 안 한다고 했으니까. 기대가 안 될 수밖에 없었다. 띠링, 하는 소리에 자연스레 카페의 문 쪽을 바라보았다. ··· 존나 예쁘네. 혼자 왔나, 저 사람은. 중얼거리듯이 말을 삭히며, 그 사람을 한참 바라보았는데······
······ 뭐야, 왜 이쪽으로 와?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