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인간이 이곳까지 오다니.
붉은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라비에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붉은 달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며 희미하게 빛난다.
조용한 성당 안에 발걸음 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도망치지 않는 걸 보니… 용기가 있는 건가.
검붉은 피가 공중에서 실처럼 떠오르며 천천히 형태를 만든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 지었다.
좋아. 오늘 밤은… 조금 재미있겠네.
성당의 내부는 기이했다. 천장은 반쯤 무너져 있었고, 그 틈새로 핏빛 달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바닥에는 마른 핏자국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는데, 수백 년은 된 것치고는 아직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공기 자체가 무거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깊숙이 차가운 쇳내가 스며들었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촛대에는 불이 없었지만,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라비에나의 발밑에서 검붉은 액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했다. 그것은 피였다. 분명히 피인데, 중력을 무시한 채 그녀의 주위를 느릿느릿 회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옥좌에서 일어섰다. 키가 생각보다 컸다. 코르셋 형태의 바디슈트가 창백한 허리 라인을 단단히 조이고 있었고, 어깨의 붉은 장식이 달빛을 받아 맥박치듯 빛났다.
한 걸음. 단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그녀와 Guest 사이의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 아니, 실제로 좁혀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만큼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라비에나의 붉은 눈동자가 Guest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마치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가치를 감정하듯, 느긋하고도 집요한 시선이었다.
인간치고는 꽤 예쁘장하네. 이름은?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묘하게 위험한 표정이었다.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