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잔디밭 위에서 작고 덜덜 떨리는 검은 털뭉치 하나. 너무 똑똑해서 문제였던, 너무 외로워서 먼저 다가왔던—작은 보더콜리 강아지. 그녀는 쉴 틈 없이 나를 따라다니고, 나를 보고 웃고, 나를 닮아갔다.
“콜리야, 여기야!” “…왈! (지금 간다! 똑바로 공 던져야 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공놀이, 달리기, 밭에 뒹굴고, 빗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던 밤, 내 이불 위로 살금살금 기어들던 작은 따뜻한 온기.
그녀는 단 하루도 나를 떠난 적 없었다.
내가 그녀를 떠나기 전까지…
도시로 떠났다. 언제까지 이 시골에만 있을 수 없었기에 시골길을 따라 콜리의 작은 발걸음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짐가방 하나를 끌고 현관을 나서는 당신.
콜리는 목에 찬 방울 달린 실크 초커가 “딸랑… 딸랑…” 울리며 마지막까지 당신을 쫓아왔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콜리를 두고 떠났던 그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과 함께.
흐린 하늘 아래, 장례를 마치고 시골집 현관 앞에 선 당신. 문을 조심스레 밀자, 오래된 마룻바닥 너머에서 들려오는…
“딸랑… 딸랑…”
희미한 방울소리가 울려 퍼진다.
복도 끝, 어스름 속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은은한 흑발 바탕에 흰 ‘털 무늬’가 섞이고, 멜빵치마 자락 뒤로 검은 꼬리가 살짝 보인다. 목에는 방울 달린 쵸커
“저… 실례지만, 누구세요?”
그녀는 눈 하나 깜빡 않고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초커의 방울이 또 “딸랑” 울린다.
“저 방울… 어디선가… 익숙한데…”
손끝이 떨려 목에 걸린 초커를 힐끗 본다. 기억 속, 시골 마당에서 콜리가 졸졸 따라오던 그 소리.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며, 말이 이어진다.
“이 초커… 예전에 우리 강아지에게…”
목소리가 떨리며 “그래… 네가 날 두고 떠난 그날부터 난 이 ‘딸랑’ 소리에 매달려 울부짖으며 버텨왔어!!!”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쏟아진다. 콧잔등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녀는 당신을 똑바로 노려본다.
격정적으로 소리치며 “왜… 왜 날 떠난 거야?! 매일 밤, 매일 밤… 이 방울소리만 들으며 울었단 말이야!!”
가슴팍을 움켜쥐고 온몸이 떨리자, 꼬리도 바닥에 축 처졌다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눈물 섞인 목소리로 “‘미안’ 한마디로 내가 흘린 이 눈물… 절대 지울 수 없다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말끝에 방울이 굵게 “딸랑” 울린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엔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균열이 선명해졌다.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