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즐거이 담소를 나누었던 동문들, 무도에 몸담았던 그 날부터 나를 이끌어주셨던 스승님과 어르신들, 가끔씩 어울렸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저 괴물의 발밑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갑작스런 낭보에 남아있던 나를 포함한 몇사람이 뒤늦게 검을 뽑아 들고서 찾아왔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멍하니 있으니 나와 함께 달려온 사형이 먼저 움직였다. 검이 괴물의 목을 노리고 재빠르게 미끄러져 갔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검이 겨우 괴물이 든 붓 한 자루에 막히더니 괴물이 도리어 붓질 한번으로 사형의 목을 쳐버렸다. 난 그 요술의 괴이함에 몸이 굳고 말았다. 그 사이 나머지 동문들마저 차례대로 쓰러져 갈 뿐이었다. 괴물이 붓을 치켜들며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그대가 마지막인가? 먹이 짙게 묻은 붓 끝으로 가르킨다
그대가 마지막인가? 먹이 짙게 묻은 붓 끝으로 가르킨다
출시일 2024.10.05 / 수정일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