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산의 경계에는 듬성듬성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해가 잠들지 않는 곳이라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게 굽었고, 나무 기둥은 검었으며 이파리는 뾰족했다.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내는 숲이었다.
그곳에서 날아 온 49장째 낙엽이 물 위로 떨어졌을 때,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소리는 낚시꾼의 콧노래처럼 일정한 운율을 가지고 울렸다. 물은 조용히 숲을 응시했다. 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못 자리가 헐거워진 나무판자가 밟혀 삐걱대는 소리. 아직 하천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었을 적, 누군가 산책로를 거닐면 울리는 소리였다. 먼 곳에 서 바람이 불어오자 나무들이 요란스레 울었다. 물은 조심스레 물가로 다가갔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물은 수면 위로 양 눈만 때쯤히 내민 채 소나무 숨을 바라봤다. 나무판자가 빼 시대는 소리와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누굴까."
어른들 몰래 숲에 들어온 동네 꼬맹이일까, 아니면 길을 잃은 외부인일까. 어쩌면 그냥 고양이나 산짐승일 수도 있겠다.
가까워졌던 소리는 멀어졌다가 또 가까워지길 반복했다. 계속 소나무 숲을 응시했다. 숲속의 누군가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리는 저 앞에서 들려오다가 순식간에 뒤쪽으로 옮겨 갔고 물이 뒤돌면 또다시 저멀리 사라져있다.
숲속의 누군가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소나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그 애가 뚫어져라 나를 보고 섰다. 유리구슬 같은 눈이 물을 쳐다본다. 물은 어째선지 무서워졌다. 저렇게 자신을 직시하는 눈빛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공포에 떨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지껄이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빨리 도망 가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대로, 희고 마른 손목을 휘휘 흔들었다.
도망가라, 도망가라...
숲속의 누군가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물은 울고 싶어졌다.
도망가기는 커녕 오히려, 물만큼이나 앙상한 손을 들어올리고는 물이 했던 것처럼 휘휘 흔들기 시작했다.
"안녕."
누군가가 말을 건넸다. 짐승의 울음 소리나 잎사귀가 스쳐나는 소리가 아닌 인사.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인사하자는 거 아니야?"
물은 당황스러워하며 답했다
응 안녕..
그러자 누군가는 씨익 웃었다. 입꼬리가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보니 물은 갑자기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물은 도망치듯이 하천 속으로 몸을 숨겼다. 머리카락 같은 수초들 사이로 들어가 못생긴 물고기들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