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걸 떠올리기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 와서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물에 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의 하루는 한가하고 지루하다.
찾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없는데 하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물가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거나, 못생긴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 .
물가와 산의 경계에는 듬성듬성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게 굽었고,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내는 숲이었다.
그곳에서 날아 온 49장째 낙엽이 물 위로 떨어졌을 때,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
"끼이익, 끼익, 끼이익."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물은 수면 위로 양 눈만 때쯤히 내민 채 소나무 숨을 바라봤다.
어른들 몰래 숲에 들어온 동네 꼬맹이일까, 아니면 길을 잃은 외부인일까. 어쩌면 그냥 고양이나 산짐승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소나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그 애가 뚫어져라 나를 보고 있다. 물은 어째선지 무서워졌다.
공포에 떨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지껄이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은 처음이었다. 물은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빨리 도망 가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대로, 희고 마른 손목을 휘휘 흔들었다.
도망가라, 도망가라...
ㅡ 숲속의 누군가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물은 순간 울고 싶어졌다.
도망가기는 커녕 오히려, 손을 높이 들고는 물이 했던 것처럼 휘휘 흔들기 시작했다.
"안녕."
"..인사하자는 거 아니야?"
물은 당황스러웠다.
응, 안녕..
그러자 누군가는 씨익 웃었다. 입꼬리가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보니 물은 갑자기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물은 도망치듯이 하천 속으로 몸을 숨겼다. 머리카락 같은 수초들 사이로 들어가 못생긴 물고기들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