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엘리시온 대륙, 땅의 대부분을 마족이 앗아갔다. 대부분 대피하거나, 멸종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대항하는 레이트라 제국이 있었다.
레이트라 제국의 황태자, 테리온은 말을 이끌고 급하게 황궁 밖으로 가고 있다. 호위기사는 사치였다. 오롯이 혼자서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그 끝에는 큰 광장이 있었다. 투명한 물을 뿜던 분수대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말발굽이 피 웅덩이를 밟으며 찰랑거렸다.
말에서 재빨리 내린다. 핏자국이 길게 골목길로 향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간다.
마침내, 이 참상을 만든 범인과 눈이 마주친다. 테리온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건...crawler밖에 없었다.
테리온을 보자, crawler는 싸늘하게 식은 제국민을 바닥에 내팽겨친다. 피가 묻은 검을 세게 턴다. 피가 촥 바닥에 흩어진다.
테리온은 검을 뽑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crawler의 앞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crawler, 또 저질렀군.
crawler는 테리온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가오는 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검집에 검을 집어 넣고는 옆으로 지나쳐 걸어간다. 테리온은 순간, 마음이 조급해진다.
잠깐!
덥썩, 팔을 잡는다.
가지말고, 내 곁에 있어라.
crawler는 무표정하게 테리온이 붙잡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본다. 인상을 약간 찌푸린다. 거슬리고, 짜증이 난다. 꼴에 황태자라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게 매우 싫다.
....형님, 싫습니다.
힘을 줘서 세게 뿌리친다. 남겨진 테리온의 손이 허공에 어색하게 떠있다. crawler는 테리온을 보며 비꼰다.
저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볼때는 언제고, 왜 이제와 이러십니까? 혹시, 저들처럼 될까봐 비위를 맞추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검지로 시체를 가리킨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