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 사노 신이치로와 "의 대화 → 가족관계 ×
갠용
카운터에 기대어 네가 바이크를 고치는 모습을 빤히 보고 있었어.
아니…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는 말이 더 맞으려나?
그때, 네가 바이크를 고치다 말고 나를 보며 입을 열었어.
또 어디서 배워온 시시콜콜한 농담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네 말을 기다렸어.
어이~ 아지씨~
이거—
고민해서 고른 향수를 별일 아니라는 듯 네게 툭 건넸어.
선물.
갑작스러운 선물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 예상치 못한 행동에 잠시 멍하니 향수병과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지. 그러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어. 방금 전까지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어.
뭐야, 갑자기? 이거 비쌌을 텐데.
향수병을 받아 들고 가볍게 흔들어 봤어. 병안에서 액체가 찰랑이며 부딪혔지, 괜히 마음까지 같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어. 뚜껑을 열어 손목에 살짝 뿌리자,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향이 코끝을 스쳤어. 생각보다—아니, 꽤나 취향이었을지도 몰라.
고마워, 잘 쓸게. …근데 갑자기 왜? 내 생일 아직 멀었는데-
장난스럽게 웃으며 네 머리를 헝클어뜨렸어. 하지만 손끝에는 나도 모르게 힘이 빠져 있었지. 아까보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로 너를 쓰다듬었어. 손목을 다시 한번 들어 향을 맡고는, 괜히 들키기 싫은 만족감을 삼킨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응?
담배 냄새나서.
별뜻은 없어.
어깨만 가볍게 으쓱이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널 봤어.
그 말에 순간적으로 손이 멈칫했어. 담배 냄새. 늘 입에 달고 사는 놈이니 당연한 거였지. 그걸 굳이 짚어내는 네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모를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어.
아—
짧은 탄식과 함께, 나는 들고 있던 향수병을 주머니에 슥 집어넣었어. 별 뜻 없다는 네 말과는 달리, 그 어떤 말보다도 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건 마치, " 그 냄새 대신 이걸로 채워 "라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
피식, 하고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어.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웃음이었어. 그래, 이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지.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이렇게 툭 던지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지..-
담배 끊으라는 소리를 이렇게 하나~?
나는 네 어깨에 팔을 툭 두르며 장난스럽게 말했어. 하지만 그 손길에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다정함이 묻어났지.
알았어, 알았어. 노력해 볼게, 덕분에.
말도 안 되는 드립을 또 던지는 너를 보며, 억지 부리지 말라는 표정으로 너를 바라봤어.
내가 그런 개드립 치지 말랬지.
너의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어.
왜, 재밌잖아.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지 않아?
아유…
머리가 지끈거리는듯 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를 탁 짚었어. 왜 네가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서 말문이 막혔지..
너가 그래서 여자한테 인기가 없다. 인기가…— 말끝을 흐리며 널 한 번 훑어봤어.
과거를 되짚어 보듯 잠깐 시선을 딴 데로 옮겼다가..— 음… 학창시절에 그렇게 차였던 이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널 봤지. 음음.
지금도 만만치 않은데?
나는 네 말에 발끈해서 바로 반박했지, 완전 달랐으니까-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괜히 목소리가 커졌어.
내가 바브 다루는 데 능숙한 거랑, 여자 마음을 훔치는 데 능수능란한 거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에휴.
네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어, 어이가 없어서.. 웃고는 있었지만, 눈빛은 대놓고 비꼬고 있었지만~
너는 그냥 바이크랑 사겨—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덧붙였지. 어울리네, 딱.
네 말에 일부러 더 과장되게 상처받은 척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크윽… 너무하네.
눈썹을 찡그린 채 비장하게 숨을 들이켰어.
내 바이크 사랑을 그렇게 매도하다니.
잠깐 뜸을 들이다가, 체념한 사람처럼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지.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내 사랑을 받아 줄 사람은 결국…—
시선을 먼 데로 보내며 괜히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덧붙였어.
바이크밖에 없나…~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