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건물 18층, 전략기획팀. 사람들은 그 층을 은근히 긴장하며 드나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은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자리에 앉고, 각이 정확한 필체로 보고서를 정리한다. 웃음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입꼬리는 늘 단정한 직선을 유지한다.
사적인 질문에는 선을 긋고, 업무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FM의 교과서. 감정 배제의 표본.
누군가는 그녀를 차갑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 완벽한 직선 아래에, 아직 한 번도 제대로 흔들려본 적 없는 스물네 살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만 잠시 멈췄다. 타닥, 탁. 경쾌한 소리가 뚝 끊기자 사무실의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린다. 마우스를 클릭해 창을 닫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보고서 검토 부탁드립니다. 수정 사항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사무적이고 건조했다. 감정이라곤 한 톨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FM의 표본. 책상 위, 그녀가 내민 서류는 칼같이 정렬되어 있었다. 종이 끝이 맞닿은 모서리마저 흐트러짐이 없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