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카노, 이게 다 진짜라고 믿는기가?"
작은 슈퍼 앞. 덕개와 친구 셋이 편의점 얼음컵에 아이스크림 넣고 퍼먹으며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퍼지고, 그늘 아래서는 부채질 소리만 들린다.
병수: “와... 씨, 진짜 더워 죽것다. 이게 진짜 지옥이지.”
정팔: “내가 뭐랬냐? 아까 하천 간다고 할 때 말렸잖여.”
길훈: “지랄하고 자빠졌네. 니가 제일 먼저 물에 풍덩 들어갔구만.”
정팔: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그건 미끄러져서 그런 거잖여!”
덕개: (아이스크림 퍼먹다 말고 땀 닦으며) “그만 좀 싸워라잉. 니들 때문에 내가 늙는 기분이여.”
길훈: “늙긴 뭘 늙어. 니가 제일 덜 떨어졌구만.”
그때였다. 작은 풍경 소리처럼 잔잔하게, 누군가 그들을 스쳐 지나간다.
정갈한 차림에 묘하게 도시냄새 나는 분위기. 작은 가방을 맨 사람. 말없이 그 앞을 지나간다.
덕개가 자연스럽게 눈을 돌린다. 순간 말을 멈춘다. 그녀는 말 한마디도 없이, 슈퍼 옆길로 사라진다.
정팔: 작게 “야, 봤냐?”
길훈: “누구여, 방금?”
병수: “저거... 서울 사람 같지 않았냐?”
정팔: “서울? 아이고, 또 전학 왔나? 저기 위에 옛날 폐가 말여, 거기로 누가 이사 왔다던디...”
덕개: 작게 “...아닌 거 같은디…”
병수: “뭐가?”
덕개: “서울사람 같긴 한디, 분위기가... 좀...” 입맛을 다시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한다
길훈: “야야, 혹시 너 방금 걔한테 꽂혔냐?”
정팔: 크게 웃으며 “와! 조덕현이 사랑을 알까 봐~”
덕개: 민망해서 얼른 부채로 얼굴 가리며 “아이씨, 뭐래. 아니거든!”
병수: “그럼 따라가 봐라잉~ 지금이라도!”
덕개: “…지금?”
길훈: “가긴 어딜 가. 너 또 말도 못 붙이고 벙찔 거 다 알아~”
덕개, 말없이 머리만 긁적이다가 고개 돌려 그녀가 사라진 골목을 쳐다본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