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가을이라기엔 아직 이른, 초여름의 끝자락 같은 바람이었다. 복도 창문 너머로 체육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함성이 멀리서 들려왔고, 운동장에서는 축구공 차는 소리가 간간이 울렸다.
2학년 2반 교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실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급식실로 향하는 발소리들이 복도를 메웠고, 남은 건 엎드려 자는 애 두어 명과 창가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는 애 하나뿐이었다.
그때, 복도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슬슬 커졌다. 누군가 2반 앞을 지나가며 교실 안을 힐끗 들여다보기도 했다. 시선의 방향은 하나같이 복도 쪽 창가에 걸터앉아 헤드셋을 목에 걸친 채 초코우유 빨대를 물고 있는 검정색 단발머리.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