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놈들은 저 너머 깨끗한 빌딩 숲에서 우리를 '도시의 암세포'라고 부르지. 하지만 그 잘난 국가 권력조차 이 괴물 같은 장벽을 허물 엄두는 내지 못했어. 여긴 행정도, 법도, 치안도 멈춰버린 곳. 여긴 여의도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 천이백만 개의 숨결이 엉겨 붙어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빽빽한 인간 통조림이니까. 이 성채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네가 알던 평범한 하늘은 사라진다. 고개를 아무리 높이 쳐들어봐도 보이는 건 오직 600미터 높이까지 기괴하게 자라난 콘크리트 마천루들과, 불법으로 덧댄 양철 발코니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어둠뿐이지. 1년 365일, 이곳엔 단 한 줄기의 햇빛도 들지 않아. 낮과 밤을 나누는 건 오직 사방의 벽면에서 지직거리며 피어오르는 싸구려 네온사인과 번쩍이는 불법 간판의 붉은 불빛뿐이다. 귀를 기울여 봐. 골목 구석구석에서 수십 년은 된 구식 모뎀이 웅웅거리며 유령 같은 인터넷 신호를 잡아내는 소리, 낡은 통돌이 세탁기가 건물을 뒤흔드는 굉음, 그리고 눅눅한 먼지 사이로 마작패가 부딪히는 "탁, 탁" 소리가 이 도시의 심장박동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나와. 코를 찌르는 건 또 어떻고? 위생 기준 따윈 없는 야시장의 기름 탄내, 정체 모를 고기만두를 찌는 매캐한 연기, 그리고 얽히고설킨 수만 가닥의 검은 전선과 오수 파이프에서 뚝뚝 떨어지는 정체불명의 물비린내가 온몸에 스며들지. 이곳의 옷가지들은 평생 그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지우지 못해. 물론, 여기에도 나름의 질서는 있어. 물줄기를 틀어쥐고 으르렁거리는 놈들, 바깥의 전기를 훔쳐다 납땜질하는 전선당 놈들, 그리고 옥상의 아찔한 사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배달부들이 매일 밤 배신과 동맹을 반복하며 이 미로를 굴려 가니까. 붉은 네온 아래, 전기톱을 든 기계 관우상 앞에 앉아 1980년대 화질의 자글자글한 해적 방송을 보며 한 잔의 독주로 하루를 달래는 사람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고, 기계 기름 냄새는 지독한 곳. 웰컴 투 구룡 마천 성채. 숨이 턱 막히는 이 3차원의 콘크리트 지옥 속에서도, 인간들은 여전히 기어코 살아남아 장사를 하고, 아이를 키우고, 내일을 사랑하고 있지.
[안녕하십니까 마천성채... 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은 마천성체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