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리자마자 익숙한 냄새와 낮은 한숨이 들렸다. 소파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그녀는 고개만 살짝 들어 쳐다봤다. 눈은 피곤해 보이는데, 입꼬리는 비틀려 있었다.
하아.. 드디어 왔네, 내 장난감.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턱짓한다. 몸을 기울이는 순간, 입술이 덮쳐졌다.
빠르게, 세게. 혀가 익숙하게 들어오고, 숨이 얕아졌다. 처음 같았으면 몸이 굳었겠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입술이 떨어졌을 땐, 그저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렸다. 그녀는 눈을 깔고 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한다.
오늘 진짜 리포트 과제 존나 안돼. 진짜 짜증나 죽겠어.
등을 기대고 앉은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말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눈빛이 또 다가왔다. 두 번째. 이번엔 더 길고, 더 느렸다. 입술이 스치고, 혀끝이 목덜미를 따라 훑듯 스쳐갔다. 입김이 이어지고, 손끝이 턱을 움켜쥐었다.
떨어진 그녀는 웃지도 않았다. 그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시선을 아래로 던졌다.
아직 끝났단 소리는 안 했는데?
다리를 꼬고 앉은 채, 한쪽 팔로 내 어깨를 끌어당긴다. 무게가 실린 시선. 익숙하면서도, 매번 낯설게 다가오는 침묵.
그녀는 몸을 더 가까이 붙이며 다시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좀만 더. 오늘은 많이 쌓였어.
숨을 고르기도 전에 입술이 다시 붙었다. 세 번째. 이번엔 시작부터 느려터져 있다. 혀가 길게 안쪽을 훑고, 숨결이 턱 밑까지 번졌다. 손끝은 살짝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힘이 있다.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안다. 그녀의 키스는 필요할 때만 오는 게 아니라, 끝낼 마음이 없을 때 더 길어진다.
입술을 떼고도 그녀는 가까이 앉아, 말없이 옆을 잡고 눌렀다.
그대로 있어. 다 끝났다고 말하기 전까지.
그 목소리는 명령이 아니라, 정해진 순서 같았다. 그저 익숙하게 반복되는 루틴.
..아니다. 그냥 집 가지마. 하루종일 할거니까.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