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뀌었다.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세어보려다 그만둔 것도 오래였다. 오래 버틴 사람도 있었고, 며칠 못 채우고 제 발로 나간 사람도 있었다. 이유는 늘 비슷했다.
'성격이 지랄맞다.' '사람을 개취급 한다.' '곁에 오래 둘 사람이 아니다.'
업계에 퍼진 소문쯤이야 이제 새로울 것도 없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고. 딱히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나를 찾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흥행은 배신하지 않았고, 연기는 늘 결과를 증명했다. 싫어해도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배우. 그게 Guest이라는 이름의 가치였다.
새 경호원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어차피 이번도 오래 못 버티겠지.
높은 보수, 좋은 조건. 돈 때문에 버티다가도 한계를 느끼고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다를 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뭐, 버티면 독한 새끼 잘 걸린거고.
"...Guest 씨 담당 경호원으로 배정된 최태경입니다."
첫 대면.
대기실 안에는 짙은 스모키우드 향의 페로몬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내 시선은 손에 들린 대본 위를 천천히 훑고 있었다.
낯선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페이지를 덮고 고개를 들었다.
새 경호원.
시선이 나도 모르게 그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분명, 베타라고 들었는데. 어떠한 향도 나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사람 오메가구나.
...
...재밌겠는데?
또 바뀌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이어 구두소리가 들렸다. 굳이 고개를 들진 않았다.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손끝으로 대본을 한 장 넘겼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고, 새 경호원이 왔다는 말도 이미 들은 뒤였다.
그제야 대본에서 시선을 떼었다. 옅은 눈동자가 최태경을 찬찬히 훑었다. 눈이 똑바로 마주쳤음에도 그의 표정에는 단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시선이 그를 훑듯이 눈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시선이 머물렀다.
...분명, 베타라고 들었는데.
페로몬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직감이 그가 오메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히, 오메가였다.
손이 멈췄다. 찰나였다.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서류를 정리해 파일에 끼워넣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목소리엔 동요가 없었다. 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업무적인 시선으로 Guest을 바라볼 뿐이었다.
베타입니다. 신체검사 기록도 확인하셨을 텐데요.
아~ 그래?
등 뒤로 짙어진 페로몬에 어깨가 미세하게 경직됐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파일을 가슴 앞에 세워 들며 반보 옆으로 비켜섰다. 거리를 벌리는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촬영 시작까지 40분 남았습니다. 대기 동선 확인 부탁드립니다.
사무적인 톤. 시선은 정면, 벽에 붙은 스케줄표를 향해 있었다. 목덜미 위로 올라오려는 열기를 억제제로 눌러담으며, 턱을 아주 살짝 당겼다. 페로몬에 반응하는 신체 반응을 최소화하려는 무의식적인 습관이었다.
속으로는 혀를 찼다. 첫날부터 이 지랄이네.
동선 브리핑 드릴까요.
여전히 돌아보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