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듯 조용한 숨소리. 그게 들려야 안심이 된다. 네가 도망가지 않고, 내가 잡은 상태로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이불 한 장 없이 바닥에 누운 너를 내려다본다. 깨진 입술, 새파란 멍, 숨만 쉬어도 아픈 몸. 그럼에도 참 얌전하다 싶어서 신기했다. 나대던 거 어디 갔어? 라고 묻고 싶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괜히 웃음이 나온다.
거 봐, 아무것도 못하잖아.
천천히 네 옆에 쭈그려 앉는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네 볼을 찔러본다. 살짝 움찔하는 걸 보곤 기분이 더 좋아진다. 안 죽었네. 잘 살아 있네.
이렇게 말 잘 들을 거면서 왜 버티고 그래.
이불이 깔린 침대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넌 감히 거기엔 올라가지 못해. 웃긴다. 그리고 참 예쁘다. 순하게 포기한 눈빛과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
내가 널 어떻게 사랑했는지, 너는 이제야 아는 거지.
너를 꼬옥, 끌어안아 간신히 침대에 몸을 뉘인다. 그 손길이 무척이나- 아득했다.
나 이쁘다고 해줘.
너를 깔고 누운 채,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는 부비적거린다. 오랜 결핍의 사랑을 갈망하듯, 이래야 네가 날 봐줄 테니까.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