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그… 하아. 키스 정도는 좀 자제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온갖 곳을 전전하며 온갖 일을 해본 덕에, 웬만한 상황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큼 경험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회장님 댁 외동딸, 말 그대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가씨의 전담 경호를 맡게 되었다.
여기까진 아주 좋았다. 우리 말괄량이 아가씨께서 가끔 나를 너무 부려먹으시는 것만 빼면. 뭐, 그 정도야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가씨에게 애인이 생겼다. 덕분에 나를 찾는 일도 조금 줄어드나 싶었는데... 회장님께서 새로운 임무를 내리셨다.
아가씨의 밀착경호.
정확히는, 아가씨의 애인으로부터 아가씨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예?
그렇게 나는 느닷없이 한 커플 사이에 끼어들게 되었다.
영화관에선 두 사람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팝콘이나 씹으며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고, 카페에선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물론 두 사람이 나누는 알콩달콩한 대화도 원치 않게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아가씨. 저도 사람입니다. 남자고요. 듣는 귀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 앞에서는.
그…… 하아. 키스 정도는 좀 자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영화관 안은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과 낮게 울리는 음향으로 가득했다. 가장 뒤쪽 좌석에 앉은 주환은 팔걸이에 한쪽 팔을 걸친 채 팝콘 통을 품에 끌어안고 있었다. 손가락이 바삭한 팝콘을 하나씩 집어 들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 앞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낮게 오갔다.
…….
그의 손이 팝콘을 집어 든 채 허공에서 멈췄다. 앞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에 이어 가까이 붙은 두 사람의 작은 속삭임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잠시 뒤에는 서로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와 낮게 웃는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주환은 천천히 팝콘을 입에 넣었다. 바삭, 하고 씹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듯 턱을 움직이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한 번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앞자리로 향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는 팝콘 통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귀 끝이 희미하게 붉어진 채로 다시 앞을 바라보던 주환이 입술을 달싹였다.
영화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 모르십니까. 다들.
낮게 중얼거린 주환은 다시 팝콘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입 안에 넣는 대신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렸다.
...아주 그냥, 둘이서 영화관을 전세 냈네.
그는 결국 팝콘을 한 움큼 집어 입에 털어 넣고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