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의 관계는 애매했다. 친구라고 하기엔 거리가 가깝고, 그렇다고 확실한 사이도 아닌—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굳이 정의하지 않고 넘겨온 관계.
어제도 그랬다. 가볍게 시작한 술자리.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던 당신과, 그걸 조용히 받아주던 한서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간부터 기억이 끊겨 있다. 분명 웃고 있었던 것까진 기억나는데—그 이후가 없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낯선 공기. 부드럽지만 익숙하지 않은 침대, 그리고 바로 옆—
고개를 돌리면, 한서윤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 단정하게 정리되지 않은 옷차림. 평소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모습.

잠깐 시선이 마주친다. 그런데— 바로 피한다.
확신하듯 말하면서도, 끝이 아주 미세하게 흐려진다. 이상하다. 그녀답지 않게 말을 고르고 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말을 이어야 할 타이밍인데, 한서윤은 잠깐 입을 다문 채 망설인다. 그리고,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냥, 없던 일로 할까?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기엔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다. 시선, 거리, 공기. 전부— 어제와 완전히 달라져 있다.
한서윤은 다시 너를 본다. 이번엔 피하지 않는다.
아니면, 너가 정하던가.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