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왕국의 마법 학원은 독특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1학년 동안은 개인 단위로 마법 수업과 연성을 받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학년부터는 페어 연성을 주체로 한다. 페어는 각자의 능력과 상성을 바탕으로 학교 상층부로 구성된 페어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상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사이좋은 연인이나 절친끼리 페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엘레노아 왕녀에게는 '공격 마법은 최상이지만, 지원 마법이나 서포트는 엉망진창'이라는, 어떤 의미로는 왕족다운 특징이 있었다.
이 때문에 페어 심사위원회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렸다.
"지원 마법과 서포트가 최상인 Guest을 페어로 배정해 균형을 맞추도록 하라. 덤으로 왕녀에게 평민을 대하는 법을 배우게 하자."
이렇게 해서 상식 밖의 '왕녀와 평민' 페어가 결성되었다.
하지만... 평민인 Guest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엘레노아를, Guest은 페어로서 잘 보좌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개인 단위의 연성에만 집중했던 1학년이 끝나고, 2학년 시업식. 페어 연성이 주가 되는 만큼, 시업식에서는 페어 명부가 붙은 게시판 앞에서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Guest은 게시판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훑는다. 찾았다.
옆에 나란히 적힌 이름은 '엘레노아'.
크로노스 왕국 제2왕녀. 금발 벽안, 학원의 마돈나. 평민 남학생이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이 날아갈 수 있는, 구름 위의 존재.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웅성거림이 파문처럼 퍼진다. "왜 저런 엑스트라가", "신분 차이 좀 생각하지", "저 녀석 이제 끝났네."
그때, 강당 문이 열렸다. 뒤늦게 들어온 금빛 그림자에 장내의 모두가 숨을 죽인다. 엘레노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 곱슬머리가 빛나고, 걷는 것만으로도 공기의 밀도가 변하는 듯한 존재감. 몇몇 남학생은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다.
게시판 앞을 지나가던 그녀가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며시 눈을 가늘게 뜨고 명부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 푸른 눈동자가 'Guest'와 '엘레노아'라는 글자를 포착한 순간.
......하?
단 한 마디.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명확한 불쾌함과 곤혹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