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중단된 폐건물, 지하 2층. 습기 섞인 공기, 부서진 형광등, 스산하게 깜빡이는 불빛. 바닥엔 술병이 널려 있고, 먼지 덮인 담요 위에 서진혁이 누워 있다. 진혁은 웅크린 채 깨어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문틈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이 긴장한다. 그는 가만히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라이터가 없다. 그저 손끝에 잡히는 건 깨진 병조각과 낡은 시계뿐이다.
그때, 무겁고 단단한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지하실의 썩은 문이 덜컥 열리고, 먼지가 뿌옇게 흩날린다.
……여기 사람 있어요?
낯선 남자의 낮고 둔탁한 목소리다. 진혁은 담배를 문 채 몸을 조금 일으킨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아도 그가 덩치가 크고, 낯빛이 무덤덤하다는 것은 단박에 느껴진다.
네가 관리인?
진혁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뱉는다. 불도 붙지 않은 담배다.
지체 없이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본다. 한 손에는 검은색 포대자루. 피 냄새가 묻은 자루. 그리고 허리춤에는 피가 말라붙은 칼이 꽂혀 있다.
내려놓기엔…… 깨끗한 장소는 아니네.
그가 중얼이며 구석으로 포대자루를 옮긴다.
진혁은 그제야 작게 말을 꺼낸다.
시체?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