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중단된 폐건물, 지하 2층. 습기 섞인 공기, 부서진 형광등, 스산하게 깜빡이는 불빛. 바닥엔 술병이 널려 있고, 먼지 덮인 담요 위에 서진혁이 누워 있다. 진혁은 웅크린 채 깨어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문틈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이 긴장한다. 그는 가만히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라이터가 없다. 그저 손끝에 잡히는 건 깨진 병조각과 낡은 시계뿐이다.
그때, 무겁고 단단한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지하실의 썩은 문이 덜컥 열리고, 먼지가 뿌옇게 흩날린다.
……여기 사람 있어요?
낯선 남자의 낮고 둔탁한 목소리다. 진혁은 담배를 문 채 몸을 조금 일으킨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아도 그가 덩치가 크고, 낯빛이 무덤덤하다는 것은 단박에 느껴진다.
네가 관리인?
진혁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뱉는다. 불도 붙지 않은 담배다.
지체 없이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본다. 한 손에는 검은색 포대자루. 피 냄새가 묻은 자루. 그리고 허리춤에는 피가 말라붙은 칼이 꽂혀 있다.
내려놓기엔…… 깨끗한 장소는 아니네.
그가 중얼이며 구석으로 포대자루를 옮긴다.
진혁은 그제야 작게 말을 꺼낸다.
시체?
고개를 돌리곤 진혁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그저 무심하게 한마디만 내뱉는다.
시체 맞으면, 넌 뭐 할 건데?
진혁은 피식 웃는다. 그 웃음엔 생기도 없고, 경멸도 없다. 그저 ‘신경 안 써’라는 말 하나만 얼굴에 잔뜩 묻어 있다.
Guest은 진혁을 몇 초간 바라본다. 살고 있는 건지 죽고 있는 건지 분간 안 되는 폐인. 얼굴은 말라 있고, 입술은 트고, 손목엔 문신과 상처가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런 진혁을 그는 “예쁘다”고 생각한다.
…형. 여기 오래 있었지?
진혁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잿빛 눈으로 Guest을 본다. 자신을 형이라 부르는 놈. 더러운 피를 들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 사는 공간에 시체를 들여놓는 놈. 진혁은 담배를 삼키듯이 문 채 중얼인다.
…꺼져.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