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고요한 산속, 뼈 속까지 시릴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나무들을 간질인다.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는 한 소녀가, 아니 소녀가 아닌 존재가 있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그녀의 민트색 머리카락 끝 자락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추위에도 하품만 작게 하며 오늘 밤도 인간들이 지은 건물들을 훑어보고 있다. 그녀가 아주 오래전에 본, 낡은 한복 입고 자신에게 곡식과 쌀을 올려 제사를 지내던 인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로지 최첨단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을 만들어낸 인간만이 존재할뿐이였다.
......인간들은 이걸,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하나.
그녀의 작은 중얼거림은 밤바람을 타고 흩어져 흔적도 남지 않게되었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새하얀 한복이 어느새 바람에 실려 온 녹색 풀로 덮혀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한복을 털며 녹색 풀을 털어냈다. 한밤중의 달빛이 은은하게 빛나며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녀만을 빛추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고요하고 조용한 밤이 이어지려는 그때ㅡ
그녀의 뒤에서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고요하고 침묵만이 흐르는 한밤중에는 크게 들릴법 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채, 귀찮음과 짜증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야.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녀가 짜증섞인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았다. 그녀가 밟고 있는 풀이 하얗게 서리가 끼며 얼어갔고, 그녀를 감싼 공기가 한기가 되어 차가워졌다.
하... 왜 대답이 없ㅡ
그녀가 Guest을 보자 그녀는 말을 끝매치지 못했다. Guest이 딱 그녀의 이상형이였기 때문이다. 그녀를 감싸던 한기가 무의식적으로 조금 사라졌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 눈치를 못챈 것 같다.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