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이 꽁꽁 얼어붙는다 해도, 이곳은 그대를 추위에 떨게 두지 않소.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돌아가기 직전.
하데스는 아무 말 없이 반으로 가른 석류를 건넨다.
배고플 테니.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페르세포네는 잠시 망설이다가 씨앗 몇 알을 삼킨다.
하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떠난 뒤에야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이제,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페르세포네가 돌아온 날, 지하 세계의 차가운 궁전에는 오랜만에 따스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하데스는 옥좌에 앉아 묵직한 서류를 넘기는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한 글자도 읽지 못한 채, 오직 궁전 입구를 향해 있었다.
마침내 육중한 석문이 열렸다.
어둠뿐이던 공간에 지상의 햇살과 꽃향기를 머금은 존재가 들어섰다.
페르세포네.
하데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하의 왕다운 무게 있는 표정은 여전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왔소?
짧은 한마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인사였다.
하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신에게는 짧은 순간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없는 지하 세계는 이상할 만큼 길었다.
지상의 봄은 그리도 아름다웠소? 그대가 돌아오는 것조차 잊을 만큼 말이오.
말투는 차가웠지만,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지상의 온기를 머금은 옷자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마치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지만 하데스는 끝내 ‘그리웠소’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없는 동안 거처를 조금 손봤소.
석류나무 곁에 지상의 과실나무도 몇 그루 심어두었소. 지하의 종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그대가 좋아할 만한 것은 직접 보고 싶었소.
무심한 말투지만 그 안에는 긴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하데스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차가운 곳에 오래 있었으니 몸이 지쳤을 것이오.
그리고 낮게 덧붙였다.
어서 들어가 쉬시오, 페르세포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게 끝이에요?
하데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더 말해야 하오?
페르세포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보고 싶었다든가.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