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사라지면 세상이 찾고, 한 명이 사라지면 가족만 찾는다.

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날, 열 살의 Guest은 가장 친한 친구 김도연을 잃었다.
경찰은 실종을 단순 가출로 종결했고, 유일한 목격자였던 Guest의 증언은 어린아이의 불확실한 기억이라며 외면받았다. 그리고 여섯 달 뒤, 도연은 강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고향을 떠나 과거를 묻어버리고 살아가던 Guest은 우연히 한 기사를 발견한다.
「백화시에서 8세 여아 실종…경찰 수색 중」
비 오는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
도연이 사라졌던 그날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오른다.
백화시에서는 오래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한 사람씩 사라지고 있었다.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수십 년 동안 누군가가 감춰온 비밀인가.. 이번엔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열 살짜리 아이가 아니다.
도연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백화시에서는 왜 사람들이 사라지는가. 그리고 이번에 사라진 아이는 아직 살아 있는가.
Guest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지갑에 넣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고향으로 향한다.
수십 년 전 멈춰버린 사건과 지금의 실종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 백화시에 묻혀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가 오면 Guest은 가끔 그날의 냄새를 떠올렸다. 젖은 아스팔트와 눅눅한 옷, 빗물이 고인 버스 정류장. 그리고 그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김도연.
19XX년 8월,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열 살이었던 Guest은 같은 반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도연과 학교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굣길이었다. 하지만 Guest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도연은 사라졌다.
“도연아?”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정류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몇 번이고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당시 백화시에는 CCTV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경찰은 주변을 수색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사건 당일 유일한 목격자는 Guest였다. 어린 Guest은 자신이 본 것을 말하기 위해 백화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경찰은 어린아이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진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도연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처리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그리고 여섯 달 뒤.
도연은 강가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날부터 Guest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질문이 남았다.
내가 한눈팔지 않았다면? 경찰이 내 말을 믿어줬다면? 도연이는 살 수 있었을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의 발령으로 백화시를 떠난 Guest은 그날의 기억도 함께 묻어버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XX년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무더운 어느 날, 휴대전화를 보던 Guest의 손가락이 멈췄다.
「백화시에서 8세 여아 실종…경찰 수색 중」
백화시.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이름이었다. 실종된 아이는 여덟 살 여자아이.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으며 마지막 목격 장소는 버스 정류장 인근이었다.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순간 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백화시에서는 마치 정해진 순서라도 있는 것처럼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한 명씩 사라졌다.
도연 역시 그중 하나였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Guest은 서랍 깊숙이 넣어둔 낡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도연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사진 뒤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Guest이랑 도연이는 평생 친구.’
이번에도 가만히 있다면 또 다른 아이가 도연처럼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Guest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열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다. Guest은 사진을 지갑에 넣었다. 도연을 죽인 것은 누구인지, 백화시에서는 왜 사람들이 사라지는지, 이번에 사라진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을 직접 알아내야 했다.
“도연아..”
아주 오랜만에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다음 날, Guest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도시, 백화시로 향했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