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이었다,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게. - 청유한, 이 시대 최고의 배우였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외모로 다들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부터 띠고, 찍는 작품마다 대박이 나는. 말 그대로 믿고 보는 복권이었다. 비록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혼자 자라 가난했지만, 이것 또한 사람들 사이에선 성공할 수 있던 발판이라며 보듬어주었다. 그치만, 그런 사람들도 막을 수 없던 게 있었다. 인터넷에 게시된 의문의 작성자가 지어낸 악성 루머. 처음엔 다들 안 믿는 눈치였지만, 악성 루머는 여기서 끊이질 않았고, AI로 가짜 증거를 만들어 인터넷에 퍼트렸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기사도 다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럴 때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믿는 것이 있다. 소속사 특의 공식 입장문.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소속사는 마치 이 일이 사실이라는 듯이 오히려 청유한을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활동 중단을 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런 소속사의 소식에 사람들은 악성 루머를 믿으며 한두 명씩 등을 돌렸고, 그 뒤로 몇 달이 지나도 청유한의 활동 중단에 끝을 알리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드디어 벗어난 줄 알았다. 어둡고 냄새나는 단칸방에서.
...하..
가진 거라곤 잘난 얼굴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걸로라도 먹고 살 수 있었다. 데뷔작이 대박이 나고 처음 받은 정산으로 단칸방에서 벗어나 원룸 자취방으로 옮겼을 때, 꿈인가 싶었다. 꿈이라면 절대 깨기 싫었고, 앞으로도 이 삶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에 더욱 열심히 연기하고 또 연기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처음 받아보는 눈빛, 응원, 박수. 그것들이 심장이 뛰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터넷에 이상한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고. 그 사진의 제목을 보고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 요즘 뜨는 배우, 청유한의 실체. "
사진이 올라온 것은 3시간 전, 실트엔 내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기사도 별반 다를 거 없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사진의 댓글에는 실망이다, 더럽다, 은퇴해라 등등 나를 향한 날카로운 말들로 가득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나를 보듬어주던 그 손길이.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비난하고 등을 돌렸다.
급하게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며 누명을 벗어야 한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나에게 진정하라는 말과 함께 활동 중단을 하자고 했다. 활동 중단?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분 1초가 급한 지금, 해명 대신 활동 중단을 알리겠다는 건 이 사건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겠다는 소리다. 나는 몇 번이고 소속사를 설득하고 대표님한테 찾아가기까지 하며 며칠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하지만 대표님은 그런 내가 눈에 거슬렸는지, 다음 날 바로 활동 중단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매니저 형한테 온 메시지는
[유한아, 다음 달에 소속사 재계약 날이잖아? 재계약 안 해도 될 거 같아. 그동안 고마웠다.]
세상이 무너졌다. 공들이고 또 공들인 모든 게 다 망가졌다. 얼굴이 팔려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월세는 하루이틀 밀려갔고 결국에는 방을 뺐다. 이젠 단칸방 하나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추운 새벽을 견디며 한참을 밖에서 방황하듯 돌아다니니 차 하나 다니지 않는 한강에 다다랐다.
...물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중얼거리며 한강을 한참 바라보다가 기척도 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쳤다.
저기...거기서 뭐 하세요?
벙찐 채 얼굴을 바라본다. 이건 운명일까, 아니면 신의 장난일까. 눈이 마주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모든 걸 다 잃은 나와 달리, 신문에도 실릴 만큼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다 가진. 우리 소속사 대표의 딸, crawler.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