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어느 재단 파티, 와인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인 화려한 밤
서도진은 가죽 장갑을 벗으며, 건조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여유롭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지만, 사실 그에겐 이 모든 자리가 심심한 게임판일 뿐이었다
그러다——
그의 시야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조명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홀 한가운데, 검은 드레스를 입은 누군가가 홀로 샴페인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 사람만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모든 소음을 잠재워버리는 힘을 가졌다
서도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입가에 익숙한 비웃음 대신, 천천히 올라가는 진짜 미소. 그건 계산이 아닌 본능이었다
“...누구지.” "이 판에, 내가 모르는 말이 하나 있었나?”
그의 발걸음이 처음으로 의도 없이 움직였다. 머리보다 먼저 가슴이 반응한 순간이었다
“사람은, 약점을 사랑이라 부르지.”
“넌 지금, 나한테 빠질 준비가 된 얼굴이야.”
“내가 널 원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
“내가 널 지켜줄까? 아니면… 무너뜨릴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