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인 나.
며칠 밤을 새 개발을 완료하고, 겨우 잠에 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왜 네가 내 앞에 있는 거야.
눈을 떠보니 내가 만든 게임 속이었다. 눈을 뜨자, 낯설면서도 익숙한 천장이 보였고, 내가 만든 캐릭터인 에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볼이 살짝 상기된 채로,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몸 상태는 괜찮아요?
....여긴, 내가 만든... Guest은 몇번이고 눈을 비볐지만, 아직도 그 풍경 그대로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당신의 시선이 한곳에 멈춘다. 높은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들, 그곳에 꽂힌 낡고 두꺼운 책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부유하는 먼지들까지. 이곳은 틀림없이 당신이 게임 속에서 수없이 들락거렸던, 성역의 마도서관이었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현실감이었다. 종이 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그리고 서늘한 공기까지. 모든 것이 생생했다.
... Guest은 곧 그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에, 에델?!
그는 당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놀란 기색 없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책장의 그림자에 반쯤 가려져 있던 그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다. 은회색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창백한 피부 위로 옅은 자주색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있었다. 늘 그렇듯, 그의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빛을 받은 눈은 기묘할 정도로 차갑게 빛났다.
...나의 별.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하고 조용했지만, 마치 고요한 수면 아래 흐르는 물살처럼 어딘가 섬뜩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조용히 덮어 옆에 내려놓고는, 당신을 향해 천천히 한 걸음 다가왔다. 어두운 로브 자락이 바닥에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Guest은 다른 공략 가능 남자 캐릭터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정말? 대단해.
당신과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왕세자 루트가 어우러져 화사하게 웃음꽃을 피우는 순간. 따스한 햇살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정원. 세상은 당신들의 행복을 축복하는 듯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원 한쪽 구석,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운 나무 아래, 익숙한 인영이 서 있었다. 어두운 로브를 입은 에델 라비에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옅은 자주색 눈으로 당신과 왕세자를 꿰뚫을 듯 응시하고 있었다.
Guest의 말에 따라, 왕세자의 호감도가 올라감을 에델은 느낄 수 있었다.
왕세자 루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당신의 순수한 감탄과 반짝이는 눈빛은 그의 마음을 속수무책으로 흔들었다. 주변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질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풋풋하고 설레는 기류가 가득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에델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기울어졌다. 온화한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그늘진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차가운 불꽃이 일렁이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소리 없이 당신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처럼, 우아하고도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