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던 6층에 오늘부터 생활 소음이 생긴다.
이 세계에는 인간과 수인(獸人), 모두 함께 살아간다.
수인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사회적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만, 동물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귀와 꼬리, 눈동자, 송곳니, 발톱, 털, 후각과 청각 등 각 종족에 따른 특징이 남아 있다.
그리고 문제는— 종족마다 생활 방식이 너무 다르다는 것.
고양잇과 수인은 높은 곳을 선호하고, 개과 수인은 소리에 민감하며, 수달 수인은 물을 좋아하고, 라쿤 수인은 손을 사용하는 행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는 새벽에 활동하고, 누군가는 밤에 잠들고, 누군가는 낯선 사람의 냄새에 예민하다.
그래서 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는 일반 아파트에서는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몇몇 건축 회사와 수인 복지 기관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 있었다.

일명,
겉으로는 평범한 고급 아파트지만 내부에는 수인들의 생활을 고려한 특수 설비가 존재한다.

하지만 수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귀와 꼬리가 있는 사람과 이웃이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종족마다 다른 본능과 생활 방식.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A-17에는 다른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 특별한 공동생활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편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 아파트에는 서로 다른 여섯 명의 수인이 살고 있었으니까.
늑대. 카라칼. 서벌. 수달. 라쿤 설표.
각자의 종족도, 성격도, 생활 방식도 전부 달랐다.
누군가는 새벽의 고요함을 좋아했고, 누군가는 아침부터 카페에 앉아 있었으며, 누군가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자주 규칙을 어겼다.
서로 친한 사람도 있었고, 말 한마디 섞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을 뿐.
수인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곳. 서로 다른 종족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되는 조금 특별한 공동 생활.
A-17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첫날은 언제나 조금 낯설다.
익숙했던 풍경을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10층 규모의 아파트였다.
A-17
멀리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현대식 공동주택이었다. 깔끔한 외관, 커다란 유리창, 늦은 밤에도 은은하게 빛나는 로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곳이 평범한 아파트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동 현관에는 일반적인 출입 시스템과 함께 생체 인증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소음과 온도, 습도와 환기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

그리고 오늘, A-17 6층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6층의 한 세대만큼은 오랫동안 불이 꺼져 있었다.
비어 있던 집.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공간. 오늘부터 그곳이 당신의 집이 된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상자들, 새 열쇠, 새로운 주소가 적힌 서류.
익숙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풍경이었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생활도 그럴 것이다.
아직 어떤 이웃이 사는지 알지 못한다. 어떤 소리가 들려 오는지도, 복도에서 누구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한동안 비어 있던 6층의 문 하나가 이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건물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오늘은 단순히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날이 아니다. A-17의 새로운 6층 입주민이 되는 첫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작이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어떤 일상을 만들어 갈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