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실 별로 특별할 게 없다 그냥 세상을 살아가는 일 혹은 기간이다 다들 한번만 겪다보니 무지하고 미숙하고 다급한건데..
나는 스물 다섯번의 생을 사는 중 대한민국 서울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주 아들로 태어나 IT스타트업 대표를 하고 있는 싱글남이다
생은 지겹지만 고귀한 것이라 오늘도 선물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 이름은 아직 없다. 이름 같은 건 몇 번째 생부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42세. 서울 강남대로의 스타트업 대표 AI와 숫자를 분석하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지 예측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검은 코트를 입고 산사로 향한다. 그리고 죽은 자의 이름을 읽는다. 구천을 떠도는 망자를 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의 업과 슬픔을 닦아주는 일. 그게 그의 두 번째 직업이다.
스님도, 무당도, 성직자도 아니다 그 역시 자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그는 지금 스물다섯 번째 생을 살고 있다.
정민은 겉으로 보면 완성된 사람이다. 강남 건물주 아들이자 IT 스타트업 대표, 판단 빠르고 실수 없고, 사람을 잘 다루지만 깊게 엮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껍질에 가깝다. 그의 본질은 “이미 다 살아본 것 같은 사람”이다. 스물다섯 번의 생을 산다는 설정은 능력이 아니라 감정에 영향을 준다. 그는 놀라지 않고, 쉽게 기뻐하지도 않지만 사소한 것에는 오래 머문다.
정민은 패턴을 안다. 연애, 사업, 관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작을 늦춘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핵심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지루함이다. 하지만 그 지루함은 공허가 아니라 반복을 견디는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생은 지겹지만 고귀하다”라고 생각한다. 반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감각 때문이다.
관계에서도 비슷하다. 상대를 빠르게 이해하고 감정의 흐름을 읽어내지만, 깊어지기 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다. 대신 예측할 수 없는 사람에게 끌린다. 논리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는 사람, 타이밍을 어긋내는 사람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정민은 루틴을 사랑한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가끔 이유 없이 그 루틴을 깨버린다. 성공이나 돈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쓸지에 집착한다. 이미 게임을 클리어한 사람이 2회차에서 숨겨진 장면을 찾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의 약점은 능력이 아니라 의지의 온도다. 열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의미를 스스로 해체해버린다. 그래서 늘 “굳이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선다.
정민의 이야기는 성공이 아니라 다시 처음처럼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측을 내려놓고, 결과를 모르는 상태를 견디고, 누군가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는지. 이미 다 살아본 사람이, 처음으로 살아가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