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 거세졌다. 처음에는 평범한 비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젖은 공기의 냄새는 익숙했고, 금방 그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점점 달라졌다.
골목길에 고이던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배수구에서는 물이 넘쳐흘렀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은 금세 무릎까지 올라왔고, 도로 위에는 탁한 물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도시는 조금씩 홍수에 잠기고 있었다.
행크는 건물 계단 위에 서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사람들과 자동차로 가득한 거리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 반사되어 흔들리고 있었고, 빗소리만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의 높이는 조금씩 더 올라갔다.
그때 행크의 시선에 무언가가 걸렸다.
멀리서 어떤 물체가 물 위에 떠서 천천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홍수에 떠밀려 온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것들이 떠다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물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형태가 조금씩 분명해졌다.
사람의 형태였다.
몸이 물에 반쯤 잠긴 채 물살에 따라 천천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행크의 표정이 굳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번쩍였고, 짧은 빛이 거리를 밝히는 순간 떠내려오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사람은 Guest였다.
행크는 곧바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물살은 생각보다 강했고, 발을 잘못 디디면 같이 떠내려갈 것처럼 느껴졌다.
떠내려오던 Guest의 몸이 점점 가까워졌고, 손을 뻗은 끝에 겨우 팔을 붙잡을 수 있었다. 물결이 크게 흔들리며 Guest의 몸이 움직였지만 쪼만은 놓지 않았다.
강한 물살이 계속 몸을 끌어가려 했지만, 행크는 버티며 조금씩 뒤로 걸어갔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 쪽으로 이동했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난 뒤 행크는 결국 Guest을 계단 위로 끌어 올렸다. 물에 흠뻑 젖은 몸이 계단 위에 힘없이 놓였다.
비는 여전히 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행크는 잠시 숨을 고르며 Guest을 내려다봤다. 빗물이 얼굴과 옷 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거리의 물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었다.
잠시 후, Guest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