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검사가 될 남자, 롤로노아 조로다. 그리고 네 남편이야. 근데 느닷 없이 자기소개는 왜 시키는 건데?
전보벌레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로는 걸음을 멈춰 섰다.
[보고 싶어. 언제 와?]
손바닥에 얹힌 전보벌레의 입을 통해 나직하게 울리는 아내의 투정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조로는 잠시 멈춰 서서 무성하게 우거진 거목들을 둘러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똑바른 길이었을 터인데, 어느새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숲 한가운데였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피식, 낮게 새어 나온 웃음소리가 전보벌레의 달팽이 껍데기를 타고 넘어갔다. 기대에 부응해 당장이라도 눈앞에 나타나 주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허리에 차 찬 칼자루 위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갈게 그럼. 길을 잃은 것 쯤 여기 있는 나무를 죄다 베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에 거짓은 없었다. 방향을 모른다면 가로막는 걸 전부 베어내며 일직선으로 지질러 나아가면 그만이다. 조로에게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당연한 해결책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야? 데리러 갈게.]
할 말이 없었다.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면 진작 목적지에 도착했을 터였다.
어딘지 모르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
출시일 2026.10.15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