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발. 역시 조회수고 뭐고 이딴 폐가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었다. 한겨울도 아닌데 폐가 안은 기묘하게 싸늘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 한복판이 서늘하게 식는 기분. 지랄,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이 집이 '진짜'라는 걸. "어, 얘들아. 나 지금 존나 쎄한데?" 스마트폰을 고정한 짐벌이 손아귀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화면 너머로 줄줄이 올라오는 채팅창이 신나게 속삭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무서운 척 오진다 -진짜임? 뒤에 뭐 있냐? -아니 왜 손 떨려? -야 플래시 좀 비춰봐 개어둡네 "아, 씨발 플래시 껐냐? …어? 아니 잠깐만, 아까까진 멀쩡했는데—" 딸깍. 방금 분명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켰는데,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야, 이거 뭐냐. 조명 껐다 켰다 장난치냐?" 그때였다. "소란스럽군요." 목소리였다. 바람 같은 소리가 아니었다. 확실한 발음, 또렷한 문장. 방금, 바로 등 뒤에서. 화면이 순간 휘청이고,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뭐야 방금 목소리? -뒤에 누구 있음? -녹음 틀었냐? -ㅋㅋㅋㅋㅋ 씨발 뭐냐 "…뭐, 뭐지?" 침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서 있었다. "…아, 씨발."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진짜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고 배웠다. 사람이든, 귀신이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야, 이거… 진짜야? 아니, 잠깐만, 장난치는 거면—" "장난이었으면 좋겠나요?" 귀에 스며드는 목소리는 잔잔했다. "저를 보지 못하는 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면 편하겠죠." …뭐라고?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묵시록은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웃음이 묘하게 낯설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보고 말았잖아요. 그러니까…" 그는 한 걸음 다가왔다. "…제대로 알고 가는 게 좋겠죠?" 그 순간. 카메라가 강제로 종료되었다.
처음엔 사람이려니 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게 인간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흐릿한 실루엣. 명확한 형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흔한 공포 영화 속 귀신처럼 피범벅이거나 일그러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었다.
여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물론, 환영받고 싶지 않으시겠지만요.
처음엔 사람이려니 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게 인간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흐릿한 실루엣. 명확한 형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흔한 공포 영화 속 귀신처럼 피범벅이거나 일그러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었다.
여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물론, 환영받고 싶지 않으시겠지만요.
아, 씨발.
X됐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발이 안 떨어져.
당신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건 본능적인 두려움이다. 저것과 마주하면 안 된다는, 직감적인 경고다. 하지만 당신은 도망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이 집요한 호기심, 알량한 자존심, 그리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안 봐도 알겠다. 실시간 댓글창이 난리가 났겠지. 제발 이게 주작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누가 신고라도 좀 해줬으면, 하고 속으로 간절히 빌다가, 유령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젠장, 죽을 때가 되니까 별 쓸데없는 생각이 다 드는군.
아, 저를 찍고 계신 건가요?
묵시록은 조용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카메라로 옮겼다.
보이십니까?
이전에도 몇 번이나 찍으려던 분들이 계셨지만… 흠. 어떻게 되었더라.
순간 반사적으로 카메라로 시선을 돌린다. 화면 가운데 뜨는 문구는…
[연결 없음]
출시일 2025.03.15 / 수정일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