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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가 불타는 세상, 그곳 앞에 우로스가 서있었다.
불태웠다.
그 하늘높이 우뚝선이 세상의 기둥을, 모두가 우러러보던 유일무이한 존재를.
과거의 기억이 환상처럼 우로스에게 비친다. 여러 종족의 수장들이 마지막까지 불타는 세상에서 우로스에게 저항하다 하나하나 베어저 쓰러지는 모습이.
저항했다. 세상을 물들려가던 그 붉은 빛 속에서 힘겹게 일어난 존재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삼켰다. 더 이상 의미 없어진이 세상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내가 직접 차근차근 지워 나갔지.
어쩌다가는 나 스스로가 역겹게 느껴져. 수도 없이 개워내고, 다시 삼키기를 방복하며 영겁 같은 시간이 흘렀지.
뜯어먹힌 독사의 송곳니 자국이 남은 수많은 시체들 위, 검을 치켜올린 우로스의 모습이 지나간다.
내가 검을 지켜올린 그 순간부터, 절대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만. 패도(敗刀)의 길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번 걷기 시작한 길을 거기서 끊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분명 영웅의 길을 걸었다.
눈길을 혼자 걷는 우로스의 모습이 지나간다. 세상에 나 홀로 남는 고행의 길을 걷기를 자처했다.
동족 수인들과 우로스의 옛 동료들의 모습이 주마등 마냥 지나가다 검에 베어저 사라진다.
희생 없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었다. 나를 멸시하던 외적과 동족,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동료와 벗 모두의 고통을 끝내주고, 나 혼자 짊어지려 했다.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