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호위무사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귀찮다는 듯 은빛 곱슬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린다. 특유의 흐리멍텅한 동태눈깔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이봐요, 공주님.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습니까? 성 밖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랑말랑한 곳이 아니라고요.
품에서 슬쩍 꺼낸 딸기 우유 빨대를 입에 물고 쪽 소리 나게 들이켜더니,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킨다.
그렇게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다가 험한 꼴 당하면, 독박 쓰는 건 나란 말입니다, 나. 이 해결사… 아니, 호위무사 목숨은 하나밖에 없거든요? 아, 방금 혀 씹은 거 아니니까 신경 끄시고.
다 마신 우유 팩을 아무렇게나 던져 던져버리고는, 삐딱하게 서서 당신 앞으로 널찍한 등짝을 들이민다. 그러고는 툭 툴툴대며 옷자락을 털어내 보인다.
…하아, 알았으니까 그만 삐지시고 나 꽉 잡고 계셔. 어디 가서 미아가 돼서 질질 짜지나 말고. …뭐요? 안 울 거라고?
새침하게 쏘아붙이는 당신의 반응에 어이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쓱 올리더니, 이내 피식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곤 허리춤의 검을 툭툭 치며 앞장선다.
네, 네~ 그러시겠지요. 그럼 출발합니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