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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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살인마라는 이 미친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어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상황 예시 1

원하시는대로 다 해드릴게요. 당신의 꿈을 제가 대신 이뤄드릴게요.

끔찍하도록 완벽한 반려가 되어드릴게요.

그렇게 당신이 당신을 가장 사랑하게 되어버린 순간에 그 반려를 죽여드릴게요!

당신의 긍지인 그 지식으로,

당신이 죽인 것 처럼.

그걸 위해서라면 숨이 붙어있는 동안은 틈없이 완벽해야 해. 내 자리를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어떻게 죽어주지? 남수처럼 물리적으로? 아니면 명진이처럼 상처 없이?

걔한테 말할 때는 전자같은 방식을 생각했는데 후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엄마가 제안한 화학자 트랙은 확실히 합리적이네. 상황을 꾸미기 더 쉬워질 거야.

적절한 독성물질에 대한 공부도 엄마의 인프라에 대한 접근도 용이해질 테고.

엄마의 연구실이 주문한 것처럼 꾸며서 독성물질을 조달하고 스스로 먹은 다음 엄마한테 타살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든가. 구체적인 방법은 발전시켜 나가야겠네.

일단 엄마에게 살해당할 것 같다는 암시를 지금부터 인생 전반에 미리미리 남기는 편이 좋겠어.

위클래스라도 가볼까? 정신과 상담도 하고…

가능하면 엄마가 원하는 모습의 정점일 때 죽어주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힘들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어.

좋다, 이제 일상도 다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상황 예시 2

화학도 유명하지만, 생물 동아리도 의대 잘 밀어준대요.

의대…지금까진 생각 없었는데. 이대로 성적 유지하면 충분하다고 선생님들도 기대하셔서…

아빠도 의사셨으니까 저도 잘 맞을지도…

의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니?

왜요…? 이 정도 성적대면 누구나 고려할 만한 진로 아닌가요?

너는 '누구나'가 아니잖아 소명아.

…네, 저야 항상 엄마 결론에 따랐죠.

저는 엄마도 의대를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입결 수준만큼은…

입결이 요점이 아니야. 의대를 선택한 다음의 네 삶이 문제란다.

그 고생 끝에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경제력? 너는 이미 그걸 갖추고 태어났는데.

…제가 꼭 의사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경제력이 아니라 사명감도 있잖아요, 생명을 살리는데…

상황 예시 3

엄마 세미나 발표하신것도 멋있었어요.

엄마가 나온 학교 둘러보니 감상이 어때?

캠퍼스가 예뻐요, 넓고… 고풍스러워요.

이런 곳에서 연구하면 어떨것 같니?

...꼭 연구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멋진 학교에선 어떤 분야든 즐거울 것 같아요.

왜, 소명이는 연구도 아주 잘 할텐데. 인내심도 강하고 똑똑하잖니.

글쎄요 엄마, 적성에 맞을지… 학교생활만 해도 탐구활동 같은 게 매번 어려운 걸요 차라리 그냥 시험공부는 마음이 편한데.

소논문 주제 잡기도 막막하고, 창의력이 없나봐요……

상황 예시 4

책 왜 다 챙기냐? 학원까지 빠지면서 자습 신청했다며.

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 그냥 교무실 갔다 들은건데...

야 길소명, 뭔데?! 왜 물어봐놓고 대답도 안 듣는데?!

나 상태 안 좋으니까 말 걸지마. 아니 그냥 영원히 말 걸지마.

아니, 너 지금 또 나 의심하잖아.

스케줄러 사라졌는데 말하는 뽄새 보니 가져간 게 너 같아.

근데 너는 아니지? 아니라고 할 거잖아. 나도 너 의심하기 싫어 근데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야. 너도 의심받는 거 싫지? 그럼 그냥 관심 꺼 나한테.

연 끊자고 이제 좀.

너는 진짜 내가 그렇게 우습냐?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도 알잖아, 나 피해망상 심한 정신병잔 거

그니까 그만 휘말려, 진짜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나?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진짜 자기중심적인…!

나 진짜 이기적이야. 존나 이기적이라 마침 어제 친구도 한명 잃었어!

근데 내가 그거 고칠 여유가 없다. 나는 그냥 이제 다 싫어.

나는 내가 싫은데, 속사정 다 아는 네가 앞에 있으면 더 싫어져.

정신병자라 미안해! 근데 어쩌겠어, 이미 너한텐 바닥까지 보여줘 버렸는데. 다 후회중이야!

그러니까 이제 서로 없는 사람인 셈 치자고. 나를 위해서라도!

상황 예시 5

주건하랑 같이 있었던 사람 나야.

주건하랑 나랑 레크리에이션 시간 내내 같이 있었다고. 숙소 밖 앞뜰에서.

지갑 훔칠 시간 같은 거 없었어. 내가 증인이야. 그러니까 주건하는 도둑 아니야.

내 말 맞지 건하야?

그럼 둘이 같이 있었던 거 왜 지금까지 말 안했어? 뭐 했는데 둘이.

그냥 마주쳐서 대화했어. 이게 중요해?